윤성철 충북도경찰청 112관리팀장

[충청매일] 최근 충북경찰청 112상황실에서는 ‘칼을 든 사람이 있다.’ ‘위험한 물건을 들고 이동한다.’는 신고가 종종 접수되고 있다. 사회 전반에 불안한 심리가 커진 요즘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위협적으로 보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 112신고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흉기소지 신고 중 상당수는 실제 범죄가 아닌 오인신고로 확인된다. 올해들어 충북에서 흉기소지 관련 112신고가 23건이 접수되었고 이중 7건은 오인 신고, 5건은 현장불발견으로 종결되었다. 즉 절반 이상이 범죄와 무관한 상황으로 이러한 오인 신고는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불안한 심리와 시민 상호간의 불신 그리고 경찰력의 불필요한 소모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는다.
최근 청주에서 ‘등에 칼을 맨 남성이 있다.’라는 신고가 접수되었고 112상황실에서는 즉시 순찰차량을 출동시켰고 경찰은 긴장속에서 현장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신고 대상자는 단지 새 회칼을 구입한 후 포장된 상태 그대로 등 뒤에 꽂아 이동하던 시민이었다. 해당 시민은 ‘단지 물건을 들고 이동했을 뿐인데 왜 경찰이 나를 의심했나’ 라는 불만은 경찰과 시민 사이의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일상 생활에 필수품인 가위나 칼 같은 생활 도구와 흉기의 경계가 시민의 의식 속에서 얼마나 모호한지 그리고 불안 심리가 어떻게 오인신고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경찰은 모든 신고를 위험 가능성 100%로 보고 대응한다. 단 한번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인 신고라 하더라도 출동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신고가 반복되면 경찰력이 분산되고 진짜 위급한 상황에 대응하는 속도가 늦어질 우려가 있고 또한 신고를 받은 시민 입장에서도 억울함이 남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칼같이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은 판매할 때부터 안전한 포장과 운반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도록 가방이나 쇼핑백에 넣어주세요‘ 이 한마디 안내만으로도 수많은 오인 신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상점에 ’안전운반 안내문‘을 게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결국 이러한 노력이 모여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 안전문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칼은 흉기가 아니다. 요리를 위한 도구이자 생업과 취미의 필수품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운반하고 어떻게 보여주는가에 따라 사회는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시민의 불안을 줄이고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판매자 구매자 경찰이 함께 만드는 운반문화가 필요하다. 칼을 사는 사람은 포장을 유지하고 판매하는 사람은 안전 운반을 안내하고 보는 사람은 조금의 배려와 여유를 갖는다면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 두려움 없는 거리를 만들고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