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매일 심영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적법한지 판단하는 연방 대법원 심리가 한창이다.
트럼프는 본인에게 유리한 대법관이 다수 포진한 현 시스템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해당 사건의 심리 절차를 하루라도 빨리 당기고 싶어 했다.
하지만 국내외 여론이 악화하고 대법원 판단마저 본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예측되면서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달 5일 미 대법원이 진행한 구두변론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대법원이 대체로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해 회의적 발언을 내놓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한 마음을 나타내는 소식으로 현 행정부가 대법원에서 패소할 경우를 대비해 대체 관세 수단을 마련 중이라는 기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렇게 反 글로벌, 독자 생존 노선을 추구하는 트럼프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데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하는 거대 연합 국가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참고로 브릭스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신흥 경제 협력 그룹을 말한다
미국 중심의 1극 체제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진행된 G20에서 채택된 정상선언이다.
이 선언문에는 소위 트럼프가 싫어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 신재생 에너지 개발, 개발도상국 불평등이 그 예다.
공교롭게 남아공 대통령과 트러블이 있었던 트럼프가 G20 행사에 불참을 알리면서 정상선언이 행사 마지막 날이 아닌 첫날에 바로 세계에 공개됐다.
독자주의가 아닌 다자주의의 글로벌 질서를 글로벌 사우스가 만들어 가자는 내용이다.
특이한 점은 기존 브릭스 연합에 더해 아프리카 대륙도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역사나 문화나 어떤 존엄에 대한 인식을 스스로 지키고 그 바탕 위에서 국제적인 협력을 하겠다는 강한 컨센서스가 일어나고 있고 그걸 주도하는 게 아프리카이자 글로벌 사우스의 기본 철학이다.
단순히 이념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일단 아프리카는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 보유량이 굉장히 많다. 또 세계에서 제일 큰 FTA가 성사됐고 그 안에 53개국이 들어가 있어 아프리카에 진출 시 개별 국가만이 아닌 아프리카 전역으로 손쉽게 진출이 가능하다.
다시 위대한 아메리카로 돌아가겠다고, 글로벌 경찰 역할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힌 트럼프.
그는 자국 국민에게 달콤한 미래를 이야기하며 미국의 글로벌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반대로 변방으로 불렸지만 엄청난 잠재 성장력을 보유한 국가들의 힘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늙고 병들어 송곳니가 흔들거리는 사자 한 마리가 광활한 초원을 가득 메운 무소 떼에 으르렁거리며 겁을 주고 있다. 하지만 그 무소 떼가 한 번에 사자에게 달려들면 도망갈 수밖에 없다. 그게 정글의 이치(理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