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복 사진충북

[ 충청매일 ] 올해 11월과 12월, 청주, 옥천, 서울에서 네 개의 사진 교육·아카이브 전시가 연달아 열린다. 서로 다른 기관과 프로젝트에서 진행된 교육의 결실이 한 시기에 모이며 지역 사진교육의 흐름을 보여주는 ‘발표의 계절’이 만들어지고 있다. 가을의 끝자락 한해를 둘러보는 의미로 노력의 결과를 지켜보면 어떨까 싶다.
‘On the Road, 길위의 시선’ 충북도립대학교 평생교육원 현대사진 결과발표전이 2025년 11월 17~19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갤러리에서 열렸다. 현대사진 수업을 통해 인물·풍경·정물을 다루는 기본기를 교육했다. 이번 전시는 학생들이 일상의 길 위에서 발견한 장면을 탐구한 결과로 사진이 일상을 기록하는 방법을 학생 스스로 구축해 나간 성과를 보여준다.
‘Ten Frames, One Beginning’를 주제로 청주대학교 평생교육원 사진포트폴리오 결과발표전이 열린다. 청주문화의집에서 2025년 11월 25~30일까지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각 수강생의 시선을 열 장의 사진으로 정리해내는 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사진가로서의 첫 시작’을 돕는 실습 기반 교육의 결과물로 지역의 예비 사진가들을 발굴하는 의미가 크다.
‘사이의 풍경’를 주제로 제3회 도시소록 리서치 아카이브 전시가 열리고 있다. 청주 신미술관에서 2025년 11월 24~29일까지 볼수 있고, 도시와 자연, 기록과 관찰 사이에서 태어난 미세한 감각을 담아냈다. 식물, 공간, 사람, 공공의 풍경을 연구하는 과정이 사진과 텍스트로 정리되며 기록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자리로 이어진다.
‘물 아래의 마을, 물가의 마을’를 주제로 대청호 수변마을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충북갤러리에서 2025년 12월 17~23일까지 열린다.
대청호 수몰지역을 리서치하며 사라졌거나 사라지기 직전의 마을을 기록한 장기 아카이브의 흐름이다. 물에 잠긴 삶의 잔향과 수변의 현재적 풍경을 함께 놓아 보임으로써 기록이 어떻게 지역의 시간을 복원하는지 보여준다.
이 네 개의 전시는 서로 다른 교육기관, 다른 참여자, 다른 공간에서 만들어졌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모인다. 누군가의 시선이 자라고 기록이 쌓이고 그것이 다시 나눔과 배움으로 이어지는 시간이다.
발표의 계절은 완성의 계절이 아니다. 한 사람의 시선이 다음 시선을 부르고 한 번의 발표가 또 다른 기록을 열어가는 ‘시작의 계절’이다. 그리고 나는 이 계절을 함께 만들어준 모든 학생들과 협력자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이 만들어낸 이미지와 시간들이 다시 다음 계절을 부르고 우리 지역의 기록 문화로 이어지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