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40대 주부 피살사건 등
20년 넘게 실마리도 못잡아

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충청매일 조준영 기자] 2000년대 초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서울 신정동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 진범이 밝혀지면서 충북지역 미제 강력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실제 충북에서 발생한 강력 사건 상당수가 해를 거듭하다 미제로 남고 있다.

‘영동 40대 주부 피살사건’, ‘충주 교현동 모녀 살인사건’, ‘영동 노부부 피살사건’ 등. 미제라는 딱지가 붙은 강력 사건은 20년이 넘도록 실마리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 사라진 유력 용의자…영동 주부 피살사건

2004년 7월25일 영동군 학산면 서산리 한 가정집에서 40대 주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시신은 머리 부위가 심하게 훼손돼 있던 상태였다. 범행에 쓰인 도구는 둔기로 추정됐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웃주민인 40대 남성을 유력 용의선상에 올렸다. 조사 과정에서는 이 남성이 피해자의 채무보증을 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이 남성이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지인을 찾아가 범행을 실토했다는 첩보도 들어왔다.

그러나 이후 용의자가 달아나면서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 얼굴 비닐 씌우고 손발 묶고…충주 교현동 모녀살인사건

2005년 8월9일 충주시 교현동 한 단독주택에서 70대 여성과 40대 여성 두 명이 흉기에 찔려 살해됐다. 숨진 두 명은 모녀 사이로 발견 당시 손발이 묶이고, 얼굴에는 비닐랩이 감겨있었다.

사건 수사는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강도를 의심할 만한 시신 발견 상태와 달리 외부 침입 흔적이나 도난 물품이 없었던 탓이다.

당시 용의자만 20여명. 그러나 모두 알리바이가 뚜렷하거나 증거불충분으로 용의선상에서 벗어났다.

사건 발생 당일 숨진 70대 여성의 승용차가 사라져 탈취자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추적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벗은 유력 용의자…영동 노부부 피살사건

2005년 3월12일 영동군 양강면 만계리 한 주택에서 60대 부부가 살해됐다.

유력 용의자는 숨진 부부의 사위로, 사건 발생 10일이 지난 시점에 긴급체포됐다. 용의자는 집을 나간 아내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장인과 장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정황 증거를 토대로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종결을 앞두고 생각지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검찰이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보강수사를 지휘한 까닭이다.

이후 유력 용의자였던 사위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면서 사건은 오늘날까지 안개 속에 있다.

#. 트라제XG를 찾아라…청주 가경동 50대 주부 피랍살해사건

2009년 1월 18일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한 대형할인점에서 근무하던 50대 여성이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실종됐다.

사라진 여성은 실종 13일 뒤인 같은 해 2월 1일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 현도교 인근 하천 풀숲에서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경찰은 가출 후 자살로 잠정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씨 소지품과 신발이 없어진 점 등 타살 의혹이 불거지자 전담팀이 꾸려져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경찰은 CCTV를 통해 이씨가 트라제XG 승용차를 타고 사라진 장면과 시신에서 범인 DNA로 추정되는 검사물을 확보했지만, 수사는 더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 밖에 ‘청주 사창동 대학교수 부인 살인사건(1995년)’, ‘충주 30대 남성 살인사건(2000년)’은 공소시효 만료로 각각 2010년 11월28일, 2015년 6월5일 충북판 ‘살인의 추억’이 됐다.

충북 미제 사건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된 신정동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 진범은 끈질긴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증거물에서 DNA를 확보, 수사 대상자에 오른 1천514명의 유전자를 채취·대조했다. 범인이 외국인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국제공조 수사까지 벌였다.

결국 경찰은 사망자로 대상을 확대, 강간치상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전력이 있는 사망자 검체를 확보한 끝에 진범을 특정했다.

도내에서도 다른 사건을 저지른 범인이 잡히면서 밝혀진 미제 사건이 있다. 사실상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청주 가경동 10대 근로 여고생 살인사건(1991년)’과 ‘청주 남주동 20대 주부 피살사건(1991년)’.

두 사건은 발생 28년 만에 화성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저지른 범행으로 확인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