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아동보호전문기관 김길수 관장

[ 충청매일]"자다가 맞으면 다시 자기 힘들어요. 차라리 빨리 맞고 자는 게 좋아요."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이 절박한 한마디는, 우리가 단순한 ‘통계’ 속 숫자에 머물러 진짜 문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경종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5만242건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지만, 실제 학대로 확인된 사례는 2만4천492건으로 오히려 4.8% 감소했습니다. 학대행위자의 84.1%가 부모, 발생 장소의 82.9%가 가정 내, 그리고 재학대 비율은 15.9%에 달했습니다. 학대로 숨진 아동 30명 중 절반 이상이 2세 이하, 70%가 6세 이하로 나타났습니다.
충북은 피해아동 발견율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아 그나마 지역사회의 관심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타 시도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현실입니다. 특히 청주시 사례가 전체의 과반수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 간 인력과 자원의 불균형이 뚜렷합니다. 신고와 발견은 늘고 있지만, 전문적인 보호와 지원 체계는 아직 미흡하다는 뜻입니다.
이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아이들이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고통 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완전한 보호망이 갖춰지지 않은 현실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아동학대 예방과 대응정책의 성과를 면밀히 살피고, 현장의 실효성을 높이는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지자체,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과 협력 체계 강화가 필요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아동과 그 가족에 대한 심층 사례관리를 강화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해 일상 회복과 재학대 예방에 집중해야 합니다.
충북아동보호전문기관은 맞춤형 가족 중심의 아동학대 사례관리 실천으로 가족기능 회복 및 방문형 가정회복지원사업 등 아동복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보건복지부장관상에 이어 올해 아동권리보장원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아동학대예방의 날(11월19일)을 맞아 묻습니다.
"우리는 정말 아이들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있는가?" 이제는 통계를 넘어,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무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외침에 진심으로 응답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