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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9 17:27
엄마는 오래 전 돌아가셨다. 곁에 안계시니 엄마 마음을 물어볼 수가 없다.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헤아려본들 어차피 그 마음에 닿지 못할 내 안목이다.스웨덴 작가 엠마 비르케와 요안나 헬그린의 그림책 ‘우리 엄마가 더 빨리 올 거야’는 제목부터 절절하다. 현대 도시 핵가족에서 엄마가 일을 하자면 안쓰러워도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다. 엄마는 헤어지는 순간부터 아이가 목을 늘이며 기다릴까봐 일과 시간이 끝나면 황급히 허둥거리며 달려간다.안타까운 일상은 절망적이기만 한가, 이야기책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아이가 잘 자라나는 건강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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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2 17:33
개인의 발견이 근대를 가져왔다면 개인 안의 여러 정서의 발견은 무엇을 열어제칠까. 여러 감정들 중에도 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진지도 꽤 되었다. 화가 날 때 읽는 그림책이 많이 팔렸다는 보도도 있다.사람들이 왜, 무엇에 그토록 화가 나 있을까. 신혜영이 쓰고 김진화가 그린 그림책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은 참조할 무엇이 있을지 펼쳐본다.표지를 넘기면 빨간 돌덩어리 하나가 선명히 면지를 장식한다. 세상 살다 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 바로 ‘화가 난다’는 감정은 아이가 의사표현 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해결해야 할 당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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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6:48
프랑스가 사랑하는 작가 레베카 도트르메르는 그림책 ‘자코미누스’의 맨 마지막 장에 주인공 자코미누스 갱스보루의 풍요로운 시간을 사건마다 나열하면서 숫자로 표시해 놓았다.작고 사소할 수 있는 인물의 삶을 숫자로 정리한 게 독특하고 놀랍다.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이 소소해도 얼마나 의미 있는지 강렬하고 몽환적인 그림으로도 독자를 유혹한다.작가는 인물을 34명이나 연필 데생으로 앞표지에 그득 그려놓았다. 그 인물들 마다 이름을 지어 각주로 달아놓았다. 그 인물들은 이번 이야기에서 전부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있지만 각자 고유한 삶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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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17:27
그림책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은 그림책이 갖추어야 할 명작의 조건을 모두 담고 있다. 미국의 부부작가 필립C. 스테드의 글과 에린E. 스테드의 그림이 조화롭다. 좋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늘 우리 곁에 있어서 고마움을 지나쳐버리게 되는 친근한 존재들이다. 이 책의 인물들도 그러하다. 주제 또한 간단하지만 깊고 긴 여운을 준다. 거기에 그림은 말해 뭐하겠는가.이 작품은 애틋하다. 일상 속에서 보듬어 주고 편들어 주고 다투기도 하고 또 화해하며 그것이 사랑이라 여기며 지내다가 어느 하나가 몹쓸 병에 걸려 그동안 쌓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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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18:05
부모에게 자녀란 마음에서든 곁에서든 떠나보내야 할, 언젠가는 독립된 인간으로 서야 할 존재들이다. 자의든 타의든 떨어지지 못하는 부모와 자식들에게 들려주는 감동 스토리 ‘은행나무 열매’는 자연의 섭리를 들어 인간으로서 어쩌지 못하는 생로병사의 과정을 은유한다. 미야자와 겐지가 글을 쓰고 오이카와 겐지가 그림을 그렸다. 번역은 박종진.책 표지는 굵고 검은 선으로 이루어진 나뭇가지가 서 있다. 작고 노란 열매들이 무수히 달려 있고 노란 머리의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손을 잡고 앙증맞게 나뭇가지 위에 서 있다. 표지그림을 보면 알콩달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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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0 17:01
영국의 한 보컬 리더인 올란도 위크스는 자기가 활동하던 밴드를 해체하고 바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본래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지만 14년이나 인기 록 밴드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소금차 운전사’란 책을 통해 음악과 글과 그림을 접목해 ‘멋진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란 이야기를 들려준다.늘 곁에 있어 줄 것만 같았던 아니 가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배우자를 보내고 생명과 같았던 일자리마져 끊겼을 때, 인생을 정리해야 할 즈음의 우리에겐 어떤 선택이 있을 수 있을까?나이든 남자에게 낡은 트럭이 한 대 있다. 그 트럭은 여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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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6 20:21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 누구에게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을까?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을까? 일상에서 반복되는 만남과 헤어짐 뒤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눈물은 의미가 있을까?스웨덴 작가 에바 린드스트룀은 ‘모두 가 버리고’에서 삶의 연륜으로 외로움의 의미를 멋지게 그려냈다.모두 가 버리고 프랭크는 혼자다. 친구들은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여전히 프랭크는 혼자다. 친구들이 또 모여있다.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런 일상이 계속되고 그런 친구들을 지나쳐 프랭크는 집으로 돌아와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에 설탕을 넣고 긴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저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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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2 18:01
결혼이란 복잡 미묘한 단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가 않다.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테니 이왕이면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도 한다. 결혼에 대한 적절한 수사인 것도 같다. 스스로 결혼이란 제도에 들어가 살다가 어느 사이 결혼의 굴레에 갇혀버리고 갈등과 회한의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결혼의 모순에 명쾌한 선택을 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결혼한 모든 이에게 새로운 자각을 줄 수 있겠다.비욜레타 로피스의 그림에 구전문학 연구자인 아냐 크리스티나 에레로스의 글이 만나 새로운 결혼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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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5 17:40
아이 때는 어떤 집이 좋고 나이 들고 나면 어떤 집이 편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집은 단지 머무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져왔다.허아성 그림책 ‘꿈의 집’은 아파트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한 주택 문제를 이야기한다.외출했던 엄마가 무엇에 쫓기듯 현관으로 들어서자 아이는 반가워 조르르 뛰어나온다. 엄마가 아이를 보자마자 한 첫마디는 아랫집이 시끄러우니 뛰지 말라는 말이다. 아이는 섭섭해져서 우리 집인데 맘대로 뛰지도 못한다고 이사가면 안되느냐고 투덜거린다. 엄마는 아이에게 그러면 해인이는 어떤 집에 살고 싶냐고 하고 집에 대해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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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17:20
상식이 몰상식이 되고, 특정 집단들의 난동에 가까운 행위들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할 때가 있다. 사회를 지탱해 주는 정의와 공정 같은 가치들이 뿌리째 흔들리며 구성원들을 혼란케 하는 시절이 있다.로빈 자네스 글 코키 폴 그림의 명작 ‘샌지와 빵집주인’은 중요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주인공 샌지는 젊어서 여행을 많이 한다. 어느 날 전설의 도시 후라치아에 도착하는데 그곳에는 멋지고 진기한 물건들이 많다. 이곳에 잠시 머물기로 하고 작지만 아늑한 방을 구한다.방 밑에는 작은 빵집이 있어 아침저녁으로 맛있는 빵 냄새가 올라와 좋았다.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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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4 17:25
어느 날이고 강변을 씽씽 달리는 일은 답답한 가슴에 얼마나 후련한 휴식이 되는지. 꽉 막히는 도로, 자동차에 갇혀있는 듯이 가다서다를 반복하다 보면 어지럼증이 일 만도 하다. 그럴 때는 강을 에워 싼 빌딩 숲도 답답하기만 하겠다.높은 건물들에 앞뒤가 막혀 하늘도 잘 보이지 않고, 계속되는 폭염에는 집밖으로 나설 엄두를 못 내고 에어컨에 의지해 지낸다. 환경을 걱정하며 몸으로 견디는 것도 한도가 있어서 아이들은 금새 지쳐가고 에어컨에게 찬 바람을 주문하게 된다. 안으로는 찬바람이, 밖으로는 뜨거운 바람을 기계는 뱉어낸다. 세상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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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30 17:04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란 말은 너무 잔인한 말일까? 죽음이 피상적으로만 느껴지는데 죽음을 생각해야 할 나이임을 자각했을 때, 내일 바로 죽음의 사신이 데리러 온다면 망설임 없이 미련도 없이 따라나설 수 있을까? 어떤 삶을 살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 안나마리아 고치의 셈세하고 풍성한 묘사의 글과 간결하지만 많은 의미를 품은 비올레타 로피즈의 그림으로 ‘할머니의 팡도르’를 만나보자.환상적이고 달콤한 팡도르란 소재에 어떻게 죽음이란 주제를 담아낼까? 할머니의 디저트 향기는 빨강, 겨울눈과 물안개의 하양 그리고 사신과 겨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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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6 17:25
당장 뇌리에서 지워버리고, 아니 영원히 기억하지 않고 싶은 일이 있나요, 누군가가 물어온다면? 너무도 선명하게 뇌리 깊숙한 데 박혀 삶을 힘겹게도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잊기 어려운 어려운 일들을 마주치게 되고 그 때문에 고통을 겪기도 한다. 잊지 못해서만 괴로울까, 기억이 사라져버리는 난망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일까.깊은 인간애와 시적 상상력과 섬세하고 감성적인 그림으로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이탈리아 작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사라지는 것들’이란 그림책이 있다. 세상엔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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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2 18:43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와 전쟁을 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면서 우리의 생활을 압도해내는 바이러스. 우리나라는 물론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간절한 소원은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가 소멸하는 것이리라.내 생애 단 ‘세 가지의 소원을 말하고 그것이 꼭 이루어진다면 어떤 소원을 말할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선미 작가의 ‘진짜 내 소원’으로 삶을 돌아보자.한 아이가 발견한 호리병 지니, 아름다운 색깔의 연기를 내뿜으며 아이에게 소원을 말해보라 고 한다. 그런데 소원은 세 가지만 말하란다. 아이는 첫 번째로 공부를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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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5 18:21
연일 신고가를 넘나드는 명품 쇼핑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명품이 어찌 생겼기에 그리도 사람들을 얽어맬까 싶어 있는 돈에 없는 돈까지 긁어모았다. 소위 명품이란 걸 사기 위해 유명 백화점의 오픈런닝이란 달리기에 참여도 했다.어렵사리 그 명품백이라는 물건을 구입해서 들고 다녀 보았다. 무겁다. 단단해 보이고 가죽이 좋아보일 뿐 들고 다니기에는 무겁고 보관이 신경 쓰이는 한 종류의 가방일 뿐, 전에 들던 가방들보다 성가시지만 특별하달 게 없다. 들어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비싼 가방의 가성비는 낮다. 이런 자본주의에 나는 번번이 말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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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0 17:25
[충청매일] 최대한 멋지고 다정한 모습으로 정의로운 척 국민 곁으로.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투표권을 행사하기 전까지만이라도 유권자는 갑인가. 어떤 정치를 하자는 건지 어떻게 할 테니 그 일을 할 기회를 달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래야 어떤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갈지 예상이라도 해볼텐데 정치를 게임하듯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알리스 메리쿠르 글·마산진 그림의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란 우화는 정치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어떤 나라 이야기를 들려주려는데 바로 ‘생쥐 나라’ 이야기다. 그곳의 생쥐들도 우리처럼 먹고 자고 놀고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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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2.24 17:02
인류의 영원하고 보편적 주제는 인권의 의미와 연대의 중요성이다.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는 일본의 작가인 다니카와 슈운타로와 국제엠네스티가 공동으로 글을 쓰고, 이세 히데코가 그림을 그렸다.시란은 주인공이다.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도시로 나와 회사에 다니며 두둑한 급여와 멋을 아는 젊은 남자 시란. 결혼은 하지 않고 회사에서는 일을 척척 해내고 야근도 종종 하며 상사에게 인정도 받고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다. 집에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어느 먼, 이름도 모르는 나라의 삐쩍 마른 아이가 나오는 TV를 보며 불쌍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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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1.27 17:07
터키의 어린이 책 작가 튈린 코지코으루와 휘세인 쇤메자이는 ‘두 아이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이주 그리고 난민의 문제를 글과 그림의 절묘한 기법으로 표현해냈다.이야기는 아주 멀리 떨어진 도시에 사는 두 가족의 여행을 따라가며 펼쳐진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똑같이 집을 나서는 두 아이들. 글은 똑같은 글자로 표현되고, 그림은 한눈에 두 아이의 현재 상황을 볼 수 있게 한 면씩 표현했다. 남자아이는 엄마와 공원에 들어서지만, 여자아이는 아빠와 맘 졸이며 도시를 벗어난다. 공원에서 남자아이가 밟지 말라는 건 동물의 똥이었고 들판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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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1.13 16:58
‘달이 뜰 때쯤에 나는 동물의 왕이 될 거야.’겉싸개를 장식하고 있는 이 글은 주인공의 현실을 재밌게 보여준다.제임스 서버의 글에 윤주희가 그림을 그려준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이다.밀림의 왕 사자를 밀어내고 밀림의 왕이 된 호랑이는 밀림을 잘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드디어 조용하던 밀림에 전쟁이 시작된다. 모든 동물, 개미핥기부터 얼룩말까지 네 편 내 편을 나누어 싸움에 끼어든다. 몇몇은 자기가 누구 편으로 싸우는지도 모르고, 양쪽 모두 편을 들기도 하고, 몇몇은 옆에 있다는 이유로 그냥 물어뜯기도 한다. 더러는 그냥 싸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