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아이 때는 어떤 집이 좋고 나이 들고 나면 어떤 집이 편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집은 단지 머무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져왔다.

허아성 그림책 ‘꿈의 집’은 아파트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한 주택 문제를 이야기한다.

외출했던 엄마가 무엇에 쫓기듯 현관으로 들어서자 아이는 반가워 조르르 뛰어나온다. 엄마가 아이를 보자마자 한 첫마디는 아랫집이 시끄러우니 뛰지 말라는 말이다. 아이는 섭섭해져서 우리 집인데 맘대로 뛰지도 못한다고 이사가면 안되느냐고 투덜거린다. 엄마는 아이에게 그러면 해인이는 어떤 집에 살고 싶냐고 하고 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해인이는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집에 살고 싶다고 한다. 마당은 물론 나랑 친구들과 친구들네 강아지 고양이들, 또 길고양이들까지도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아주 커다란 마당이 있는 집이었으면 좋겠다 한다. 그리고 엄마가 내 일기장을 몰래 보거나 버리지 않게 비밀 창고가 있는 내 방도 있으면 좋겠단다고 한다. 또 실험 책상과 자동 등교준비 장치도 갖춘 방.

퇴근하는 아빠에게 꿈의 집은 어떨까? 주말에 나가기가 제일 싫은 아빠는 영화관 놀이동산 실내 낚시터가 있는 집이 있으면 좋겠단다. 거기에 주말농장도 있으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맛나고 싱싱한 채소들을 먹을 수 있겠다며 신나 한다. 현실을 상기시키는 엄마에게 해인은 공간 확장기술이나 공간 압축 기술을 개발하면 된다며 자신만만하다. 청소 문제가 나오자 엄마는 차라리 방 하나가 기능을 바꾸는 변신 로봇 방이 낫겠다 말한다. 공유 상자를 만들어 우리가 안 쓰는 물건을 필요한 상대에게 보내고 우리가 필요한 물건도 전송받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한다.

엄마는 그런 꿈의 집도 좋지만, 당장이라도 회사가 가까워 출퇴근 시간만 줄어도 행복하겠다고 하자 해인은 손에 쥐고 있다가 생각만 하면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공간 이동 열쇠를 만들겠다고 한다. 기특한 생각을 하는 해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해인은 한 개가 더 있는데 그건 바로 집 씨앗 배양기다.

그야말로 꿈 같은 이야기, 꿈같은 집이다. 지극히 아이다운 생각이지만 꿈 속에서라도 멋진 집이 있고 집 없는 사람과 동물이 없어져서 다행이다. 그냥 위안이 된다. 난데없는 전염병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마도 가장 힘들어하는 집단 중 하나가 집콕하는 아이들과 양육자들일 것이다.

옛날에는 상상도 못 했던 집 구조와 사회구조가 불러온 집단 히스테리 중 하나다. 누가 양보하고 희생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급기야는 이런 그림책을 통해서라도 아이들을 위로해야 하는 걸까 슬프고 안타깝지만 당분간은 그래야 할 것 같다.

당장 실현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가능하고 또 희미하지만 무수한 과학자 엔지니어 자라나는 어린이가 꿈꾸고 연구한다면 이루어질 날도 올 것이다.

다만 염려스러운 건 어떤 기술도 인간만을 위한게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공존해야 한다는 난제가 있다. 이보다 더욱더 기발하고 번뜩이는 아이들의 생각에서 발전해 지금의 주택 문제가 지나버린 이야기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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