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개인의 발견이 근대를 가져왔다면 개인 안의 여러 정서의 발견은 무엇을 열어제칠까. 여러 감정들 중에도 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진지도 꽤 되었다. 화가 날 때 읽는 그림책이 많이 팔렸다는 보도도 있다.

사람들이 왜, 무엇에 그토록 화가 나 있을까. 신혜영이 쓰고 김진화가 그린 그림책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은 참조할 무엇이 있을지 펼쳐본다.

표지를 넘기면 빨간 돌덩어리 하나가 선명히 면지를 장식한다. 세상 살다 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 바로 ‘화가 난다’는 감정은 아이가 의사표현 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해결해야 할 당면 문제다.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내 현명한 어른으로 살아가느냐와 연결되므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 책에서는 화가 난 아이를 왜 화가 났는지 묻지 않고 일단 화가 났음에 공감하고 아이 스스로 화를 푸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너 지금 진짜 정말 엄청나게 화가 났구나?’라고 인정해 주고, 화산처럼 폭발하면 용처럼 불을 뿜어내면 그래서 화가 다 타버린다면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 사자처럼 큰 소리로 으르렁대며 소리를 질러보기, 마음대로 글 써보기, 발을 쿵쿵 구르거나 초원을 마구 달려도 보기, 무언가를 발로 뻥 차보기, 터질 때까지 풍선 불기, 펑펑 소리 내 울어버리기, 눈을 꼭 감고 화가 풀릴 때까지 숫자 세어보기,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줄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하기, 그냥 나만의 공간을 찾아 혼자 있기도 좋고, 상상 속 공간으로 숨어버리기도 괜찮다고 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무조건 너를 받아주는 네 편인 것에 안겨보기도 좋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몸의 긴장을 풀고 신이 나면 리듬에 몸을 맡기고 마음대로 흔들어 본다.

빨갛던 아이가, 어두웠던 색감이 어느새 파랗고 따뜻하고 웃는 아이로 변해 있다. 그러면 이젠 물어도 좋은 시간이 된 거다. 너 왜 그렇게 화가 났던 거야? 담백하고 명쾌한 한 장면 한 장면씩 아이랑 공감하다 보면 아이의 내면이 성숙해 갈 것이다.

자기 스스로 어떤 방법이 좋을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화는 풀리고 긍정적 생각을 배우고 익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다.

모든 어른이 자신의 화마저도 다스리기 힘들어한다. 그런 어른들 때문에 많은 아이가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 요즘, 진정으로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감정이 자라기 시작하는 어린 시절부터 화를 애써 참으려 하지 말고 제대로 표출해 내는 방법을 알게 해 주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한 어른들의 의무요 책임임이 확실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자신의 화를 다스리지 못해 사회에서 비난받거나 부적응자로 남아 주위에 해를 준다면 그를 길러낸 어른들 또한 먼저 질책받게 된다. 사소하게만 받아들여졌던 아이들의 화 풀기 방법.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법은 익혀야 한다는 간단하고 명쾌한 사실을 인정하는 대신 덮어놓고 참는 것만 훈련하는지 모른다. 해소햐는 방법을 익히는 일,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일, 표현 수위를 조절하는 일은 어른이 되어서도 늘 씨름하게 되는 과제이다. 그리하여 이 세상이 여전히 무난히 무사히 돌아간다는 사실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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