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 누구에게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을까?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을까? 일상에서 반복되는 만남과 헤어짐 뒤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눈물은 의미가 있을까?

스웨덴 작가 에바 린드스트룀은 ‘모두 가 버리고’에서 삶의 연륜으로 외로움의 의미를 멋지게 그려냈다.

모두 가 버리고 프랭크는 혼자다. 친구들은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여전히 프랭크는 혼자다. 친구들이 또 모여있다.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런 일상이 계속되고 그런 친구들을 지나쳐 프랭크는 집으로 돌아와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에 설탕을 넣고 긴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저어가며 끓여서 최고의 마멀레이드를 만든다. 그리고 냄비를 식히기 위해 바깥바람을 불러들이려 창문을 열고 문도 연다. 바깥은 여전하다. 프랭크는 상을 차리고 차와 빵을 준비해 밖의 친구들을 향해 마멀레이드 샌드위치를 같이 먹으려는지 묻는다. 친구들은 기다렸다는 듯 환영한다. 모두 비워진 상과 빈 그릇만 남는다.

책장을 넘기며 의외로 간결한 문장에 놀란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그림이 주는 편안함과 친근감이다. 유년시절 처음 대하던 수채물감의 느낌이다. 잘못 그려진 밑그림을 지우려고 진한 색을 덧칠하려면 그림은 고쳐지지 않고 최악의 그림이 되어버렸던 그 기억이 프랭크의 어두운 마음에 칠해져 있는 듯하다.

등장인물들을 각기 다른 동물의 모습으로 그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인간관계를 비유한 것도 놀랍다. 처음엔 프랭크와 친구들을 가장자리에 배치해 여백을 주어 주목도를 높이다가 점차 인물들을 가운데로 불러들여 같이 어울리며 화면을 채워가는 그림이 이채롭다.

본인이 인내하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동안 밖의 세상은 어찌 변했을까? 그렇다. 그대로다. 프랭크는 이제 더 이상 혼자 있고 싶지 않다. 내가 변하면 된다.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마멀레이드 샌드위치와 따뜻한 차와 구수한 빵을 한 상 차리고 친구들을 불러들인다.

친구들은 기꺼이 혼자인 친구를 찾아간다. 맛난 마멀레이드가 프랭크의 눈물로 만들어진 건 아무도 모른 채. 더 이상 주변에서 맴도는 친구가 아니라 마당의 한 가운데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프랭크가 된다.

결국, 프랭크의 외로움은 스스로 만든 것일까? 친구들도 프랭크가 같이 어울리기를 바란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혼자이게 하는 것이다. 강한 척 혼자라도 괜찮다고 자위하며 혼자 남게 되면 밀려드는 고독과 외로움으로 스스로 망쳐버리는 현대인들에게 인생 선배 작가는 다소곳이 편안하게 전해준다. 혼자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 혼자 가다가 가끔 무리와 어울리다 보면 인생도 그리 쓸쓸한 것만은 아니며 그렇다고 너무 많이 혼자일 필요도 없다는 걸.

나이가 들어보니 아주 어린 아이건 피 끓는 청춘이건 백발의 노부부건 각자의 고독을 승화하다 보면 인생의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것도 작가는 일러주려 하지 않았을까. 우리도 가끔 나만의 마멀레이드를 만들어 주변의 지인들과 어울려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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