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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3.02.02 19:31
필자는 효자가 아니다. 초3 때 친모와 생이별하고, 중1 때부터 계모와 함께 살다 보니 엄마에 대한 애틋함이 없다. 농사일밖에 모르는 아버지는 답답하고 싫었다. 지속되는 가정불화가 엄마를 지키지 못한 것이 아버지 탓으로 여겨져 미울 때도 많았다.청년 시절과 결혼 초, 집안 어른들의 ‘효도해라’라는 말씀에는 짜증이 났다. ‘효도하고 싶어도 마음이 생기지 않는 걸 어떡하라고!’ 속으로 반항했다.그렇다고 불효의 마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효를 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컸다. 머리로는 효도해야지 했다가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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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9 19:07
지난주 강원도 동해·삼척 출장을 다녀왔다.1박 출장이었는데, 숙소 TV에서 반가운 지역이 소개되고 있었다.청주시 문의면에 있는 문의문화재단지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가까이 있지만 자주 못 가는 곳이었다. 미안한 마음에 채널을 고정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문의(文義)는 붓의 끝같이 생겼다는 문필봉에서 유래된 것으로 ‘의(義)를 위하여 글을 쓴다’는 의미라고 한다.또 다른 설로는, 고려 초기의 고승 일륜대사가 부처님의 도장을 세울 만한 명당을 찾으면서 일우산(현 양성산)에 올라 산세를 보면서 크게 감탄했다.일륜은 제자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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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5 17:25
며칠 전, 어떤 팟케스트(Podcast)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16세기 조선에 김안국이라는 문신이자 대학자가 있었다. 예조판서, 병조판서, 대제학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었다. 명필에 훌륭한 문장가로 알려진 그의 어린 시절은, 그러나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심각한 문제아였다.김안국은 집안 대대로 대제학을 지내는 가문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학자 집안의 맏아들이기에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가문과 빼어난 용모와는 다르게, 불행히도 글 배우기에는 완전히 젬병이었다.인내심이 강한 아버지였지만 14세가 되도록 글을 깨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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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2 17:07
참 길었던 2022년도 이제 끝자락에 섰다. 세계적 경제불황의 시작,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국제적 물가상승, 리오날 메시의 우승으로 끝나 월드컵. 국내정치 또한 정권교체라는 큰 변화만큼 내홍을 겪고 있다.해 아래 인간의 삶은 항상 진보하지는 않으며, 인간의 지혜로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보여주는 한 해였다.10·29 참사는 정치 권력에 대한 탐욕이 초래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재물에 대한 탐심으로 끝을 모르게 오르던 집(아파트)값은 곤두박질을 시작했고, 그 끝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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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18:54
지난주 지역 신문사 주관으로 ‘대청호 규제 완화 토론회’가 열렸다.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등 지역의 여러 인사들이 참석했다. 1부 행사로 ‘충북내륙 연계지원 특별법을 제정하라’, ‘대청호 규제완화’가 써진 손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2부에서는 ‘취재기자가 본 대청호 실태’, ‘대청호 지속가능발전 방향’의 주제발표가 있었고, 관계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마지막으로 청중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 있었고, 여러 주민들이 발언했다. 그중에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토론회의 취지와 발제 내용에는 동의한다. 지속가능한 대청호 상류의 발전이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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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0 17:28
자전거를 즐겨 타는 사람(라이더)들에게는 여러 가지 꿈이 있다. 그것은 처음엔 평지를 잘 타는 것이었다가, 조금 더 멀리 가는 것, 힘들다는 고개를 올라가는 것, 그리고 4대강 자전거길 종주로 이어진다. 필자도 지난해 아침마다 피반령, 청남대, 대청댐을 들렀다 오는 40~50km의 출근길로 체력을 다지다가 금강자전거길(146km), 오천자전거길(105km) 종주에 성공했다.올해는 시간적 여유가 생겨 좀 더 큰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바이크매거진이라는 자전거 전문 잡지에서 만든 백두대간 종주였다. 지리산 자락(구례)에서 출발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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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17:00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이 제목의 책도 유명하다.아이들을 훈계나 꾸지람보다 칭찬으로 북돋아 주어야 건강하게 자란다는 뜻이다. 필자 세대에게는 부러운 양육방식이다. 전쟁과 보릿고개를 힘겹게 이겨내야 했던 시대에는 부모들이 자녀를 칭찬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지금의 부모 세대들은 그래서 칭찬에 어색하다. 칭찬이 싫은 건 아니지만 왠지 멋쩍고 맞지 않는 옷 같이 느껴진다. 속으로 칭찬을 바라면서도 잘 받지 못하고, 또 누군가를 칭찬하는데도 인색하다.반면, 요즘 세대는 어린 자녀에 대한 칭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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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5 17:01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아들과 자전거 여행이다. 올해 만 11세인 아들은 지난 5월초까지만 해도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조급한 마음에 필자가 어린 시절 자전거를 배웠던 방법으로 가르쳐 봤다. 넘어지는 것이 두려운 아들은 지나친 조심성 때문인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문제의 해결은 의외의 곳에서 찾았다. 아내에게도 자전거를 가르쳐 줄 요량으로 찾아간 자전거 대여점에서 사장님이 아들에게 적합한 자전거를 추천해주었다. 아들은 이 자전거로 불과 30분 만에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아빠의 조급한 마음이었다. 조급함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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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1 17:10
만 8년이다. 충북연구원의 수장으로 8년간 지휘하던 정초시 원장이 그저께 퇴임했다. 32년의 충북연구원 역사상 가장 오래 원장을 역임했다. 연구원의 운영은 연구원 내부뿐만 아니라 도와의 관계도 중요한데, 그만큼 잘 조율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원장이 부임할 당시(2014년 9월) 충북연구원은 전국 최초의 지방연구원이라는 명예에 걸맞지 않게 많은 내적, 외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전국 14개 광역시도 연구원들은 겉으로는 독립된 기관처럼 보이지만, 광역시도에서 예산을 받는 출연기관이기에 약자(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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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8 17:25
지인의 추천으로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봤다. 무거운 분위기의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시종일관 관통하는 평범하지 않은 두 단어, ‘해방(解放)’과 ‘추앙(推仰)’이 주는 어감과 주인공들의 삶이 가볍지 않았다.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한참 패러디되었던 ‘나를 추앙해요!’는 참 뜬금없고 어색했다. ‘나를 좋아해줘요, 나를 사랑해줘요’라는 말조차도 요구형으로 사용하면 어색하고 당돌한데, 추앙하라니?필자는 이 장면에서 잠깐 드라마에서 튕겨 나와서 작가의 실수를 의심했다. 몇 회를 더 본 후에야 미정에게 왜 사랑이 아닌 추앙이 필요했는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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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4 19:09
요즘 충북에서는 레이크파크(lake park), 즉 호수정원이 화두다. 사전적 의미로서 정원(庭園)은 흙·돌·나무 등의 자연재료와 인공물 및 건축물에 의해 미적·기능적으로 구성된 구역이다. 구성요소로는 계단, 담, 울타리, 의자, 잔디·이끼 등의 지피류, 조명, 조각, 기타 장식물 등이 있다. 정원이 식물을 중심으로 자연물과 인공물을 배치, 전시 및 재배, 가꾸기 등이 이루지는 공간인 반면, 식물원(수목원)은 식물(수목) 유전자원을 수집·증식·보존 및 전시하고 학술적·산업적으로 연구를 하는 시설이다. 한편 공원(도시공원)은 자연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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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1 19:31
며칠 전, 필자가 만난 20대 중반의 청년은 부모와의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청년의 부모, 특히 엄마는 대학에 가지 않은 큰딸이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고, 독립해야 할 나이에 부모 집에서 사는 것도 창피하다. 딸에게 독한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술을 마셔야 진심을 말하는 엄마는, 취중에 ‘내가 너무 못나서, 너를 뒷받침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며 울먹였고, 딸은 엄마의 술주정으로 생각하고 술을 끊으라고 잔소리를 한다. 엄마는 유일하게 일상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술을 끊으라는 딸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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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7 17:00
바람, 돌, 여자의 삼다도라 불렸던 제주는 최근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이 풀어지면서 제주가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주로 내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예전과는 다른 모습의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기 어려우니 비행기 맛을 볼 수 있는 제주도가 그나마 위안인 셈이다.그런데, 얼마 전 제주 뉴스에서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우산을 들고 다니는 제주’라는 방송을 보게 됐다. 그러고 보니 제주의 농촌에는 유독 주인 없는 개들이 많이 돌아다닌다.개를 무서워하는 필자의 아내와 둘째 딸은 낮에도 동네 산책은 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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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3 17:33
근래 우리나라는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사회 분야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순수 국내기술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세계 7대 우주강국에도 들어섰다.최근 BTS의 빌보드 차트 석권, 2020년 ‘기생충’의 아카데미에 이어 올해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의 칸 영화제 수상, 18세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우승, 코로나19의 모범적 대처 등은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문화 선진국에 진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신 냉전체제로 접어들 위기의 국제정세에서도 지혜롭게 대처함으로써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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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9 16:57
지난 달, 지인 부부가 찾아왔다.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던 50대 후반의 남편은 얼마 전 명예퇴직을 강요당했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떠날 위기에 처한 남편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30년 가까이 몸담은 직장에서 배신을 당한 기분도 들었다. 결혼할 나이의 큰 딸과 아직 고등학생인 둘째 딸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딸들의 결혼과 대학을 걱정하는 아내의 말에 남편은 더욱 위축되고 초라해졌다.한편으로는 가족들이 자신을 돈 버는 기계쯤으로 여기는 것 같아 화가 나기도 했다.우리나라 중년 남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남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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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6 17:45
지난 주 교회에서 중고청년부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며, 어떤 사람인가요? A선생님은 어떤 분이신가요?’라는 질문에 여기저기에서 말이 쏟아졌다. ‘재미있는 친구, 말이 없는 아이, 농담을 잘하는 선생님, 잘 도와주는 사람, 혼자서 잘 노는 친구’ 등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누군가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했다.그런데 ‘나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는 대부분 선 듯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멋진 사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정도였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한다’는 대답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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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5
고등학생인 K군은 매우 내성적이다. 주변에서는 착하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학교 성적은 2~3등급으로 나쁘지 않다. 호남형 얼굴에 키도 평균 이상이다.K군을 처음 봤을 때 시골에서는 드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천방지축의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지나치게 얌전한 행동에 필자의 마음이 쓰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주일, 교회에서 청소년들을 데리고 유채꽃도로 소풍을 갔는데, 거기에서 일이 벌어졌다.여러 학생들을 인솔하는 경우, 차량 통행과 개별행동에 유의해야 한다. 아내가 K군에게 뒤처지지 말고 따라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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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8 20:08
낭비(浪費)의 사전적 의미는 ‘헛되이 헤프게 쓰는 것’이다. 낭(浪)은 ‘물결이나 파도가 일 듯이 자주 또는 마구’의 뜻이고, 비(費)는 ‘돈이 없어지도록 쓰다’라는 뜻이다. 의미가 있다.주로 돈을 마구 사용하는 행위를 비판하는 말로 사용한다. 시간을 헛되이 보냈을 때는 시간 낭비라고 말한다. 돈 낭비, 시간 낭비, 물 낭비, 에너지 낭비 등으로 사용된다.주로 어떤 것을 너무 많이 쓰는 경우 낭비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무조건 많이 사용한다고 모두 낭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좋은 목적으로 바르게 돈을 쓰는 경우는 아무리 많아도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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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4.21 17:19
세상에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들을 몇가지 꼽는다면 아마도 전쟁은 맨 앞에 속할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어떤 이유에서건 인류는 전쟁을 하고 개인은 그 전쟁에 맞서 싸워야만 했다.하인츠 야니쉬와 알료사 블라우의 그림책 『전쟁의 이유』는 부질없는 전쟁을 다루고 있다.표지에는 과장되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두 사람이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의 옷을 입고 대치해 있다. 면지부터 시작된 글 없는 그림이 여러 장에 걸쳐 나타난다. 작은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화로운 일상 속 들고 있던 파란색 아이스크림이 지나가던 빨간색 강아지의 등에 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