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주 교회에서 중고청년부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며, 어떤 사람인가요? A선생님은 어떤 분이신가요?’라는 질문에 여기저기에서 말이 쏟아졌다. ‘재미있는 친구, 말이 없는 아이, 농담을 잘하는 선생님, 잘 도와주는 사람, 혼자서 잘 노는 친구’ 등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누군가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나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는 대부분 선 듯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멋진 사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정도였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한다’는 대답은 거의 없었다. 중학교 1학년에서 25세 청년, 그리고 선생님들까지 30명 가까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자신을 잘 설명하는 사람은 없었다.

필자를 돌아봐도 그렇다. 직장, 사회, 교회 등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 사람은 어떤 사람, 이런 성격이 문제야, 저런걸 잘해’ 등의 평가는 잘 하지만 ‘나는 어떤 사람이지?’라는 질문에는 고민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말해주는 필자의 성격에 대해 ‘그게 정말 나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나 자신을 제대로 모르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무서운 마음도 들었다. 마치 사용설명서를 모른 채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미나의 또 다른 질문은 검은 상자를 보여주면서 ‘이 상자에 들어있는 것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라는 것이었다. 중고등학생들답게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반지를 끼고 사진을 찍겠다, 열쇠로 보물 상자를 열겠다, 운동화를 신고 축구를 하겠다’ 등.

우리는 마치 이 검은 상자와 같다. 우리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나의 인생을 운전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나 자신을 모르면서 남을 평가한다는데 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강하게 말하지? 너무 재수 없고 싫어. 당신은 왜 모든 것이 내 잘못인 것처럼 지적만 해요? 저 친구는 사람 마음을 모르고 자기 마음대로야!’라면서 속상하고 무시하거나 그 사람을 피한다.

요즘 방송에서도 자신의 성향을 테스트하는 MBTI가 유행이다. 이처럼 자신의 타고난 기질과 성격을 찾아가는 분석 방법으로 에니어그램이라는 것이 있다.

1~9번의 9개의 유형으로 성향을 구분하고, 각 유형마다 좋을 때, 힘들 때 나타나는 성격 특성을 분석한다. 1번은 개혁가 성향인데, 주로 일을 완벽하게 추진하려고 노력한다. 자기 스스로에게도 엄격하고 비판적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 특히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지적을 잘 한다. 좋을 때는 윤리적이고 공정하며 정직하지만, 힘들 때는 판단하고 융통성이 없고 비판적이며 통제하려고 한다. 어떤 아내는 남편이 1번 성향인 것을 알고는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남편이 왜 그렇게 자신을 지적하고 비판했는지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서로가 이해되고 더 친밀해질 수 있다. 내가 왜 어떤 상황을 회피하고, 무시하고, 화내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회피하고 무시하고 도망치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우리를 진정으로 성장시켜 주는 것이다’라는 말을 되새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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