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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3.01.16 17:10
‘뚝!’ 소리와 함께 무릎에 벼락이 꽂힌 듯 전기가 흘렀다. 침도 맞고 큰 병원을 가 보아도 소용이 없다. 그러던 와중에 고지혈증과 혈압, 당뇨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약을 먹기 시작했다.몸이 무너지고 있음을 느낀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그냥 우울하다. 사소한 일에도 섭섭하고 부정적이다. 어쩔 수 없어 나이 탓을 해본다.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몸은 삭아서 부석거리며 내려앉는다. 덩달아 마음도 내려앉는다.물속에서 하는 운동이 다친 무릎에 좋다고 하여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배운 대로 잘 되는가 싶더니 어느 날부터는 몸이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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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9 16:24
소설 ‘대지'의 작가 펄 벅이 1960년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황혼에 경주 시골길을 지나고 있는데, 한 농부가 소달구지를 끌고 가고 있었습니다. 달구지에는 가벼운 짚단이 조금 실려 있었지만, 농부는 자기 지게에 따로 짚단을 지고 있었습니다. 합리적인 서양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상하게 볼 광경이었습니다. 힘들게 지게에 짐을 따로 지고 갈 게 아니라 달구지에 짐을 싣고 농부도 타고 가면 편했을 것입니다.통역을 통해 펄 벅이 물었습니다."왜 소달구지에 짐을 싣지 않고 힘들게 갑니까?"그러자 농부가 대답했습니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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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1 16:47
학창 시절 ‘당파 싸움은 나라를 망하게 한다’라고 배웠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 당파 싸움으로 아수라장이다. 걱정이다.알고 보면 고질적인 병폐로 인식되는 당파 싸움은 선진적이고 민주적인 정치형태인 붕당 정치의 부산물이다.붕당은 중국이나 조선에서 정치적 이념과 주장 또는 이해관계에 따라 결합한 사람의 집단을 이르던 말이다. 붕당 정치는 학문을 바탕으로 사회경제적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민주주의의 한 정치형태라고 볼 수 있다. 공존이라는 큰 틀에서 상호 비판과 견제로 건강한 정치를 추구하는 훌륭한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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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4 16:55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집이 학교에서 멀었던 남학생은 학교 인근에서 자취했습니다. 자취하다 보니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할 때가 많아서 학교 앞에 있는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식당에서 가끔은 밥은 사 먹기도 했습니다.식당에 가면 항상 가마솥에 누룽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남학생이 올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오늘도 밥을 태워 누룽지가 많네. 밥 먹고 누룽지도 실컷 퍼다 먹거래이. 이놈의 밥은 왜 이리도 잘 타누.” 남학생은 돈을 아끼기 위해 친구와 밥 한 공기를 시켜놓고, 항상 누룽지 두 그릇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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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6 17:12
콜록! 콜록! 종일 목이 간지럽고 잔기침이 이어지더니 오슬오슬 춥다. 한여름인데 이불을 뒤집어써도 덜덜 떨린다. 다음날, 기어이 코로나 양성 확진을 받았다. 나는 시골 밭에 마음의 안식처로 마련한 농막으로 자진 격리되었다. 농막에는 잔디 마당과 화단 그리고 텃밭이 있다.헉!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온통 잡초밭이다. 잡초의 키가 미터를 넘는다. 화단과 텃밭에 잡초가 무성한 건지, 원래 잡초밭에 꽃과 야채가 끼어들어 자란 건지 모를 정도이다. 퇴비가 과했는지 봉숭아와 상추의 키가 미터가 되었고 백일홍과 박하와 코스모스는 사람 키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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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2 16:00
짧지 않은 삶을 살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 만남의 시간 속에 우정이 쌓여 영원히 만나고 싶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서 피하고 싶은 인연이 되기도 한다.그에 따라 삶이 밝은 햇살로 행복한 시간이 가득하기도 하고, 회색으로 가득한 암울한 삶에 쓰러질 듯 비틀거리기도 한다. 우리는 혼자가 외로워 만남에 갈급하다.하지만 그 만남이 더 외롭게 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친구는 소중하다. 또 누군가에게 친구가 될 나 자신도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따듯한 하루’에서 ‘네 가지 유형의 친구’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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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9 17:03
어미 참새가 두리번거리며 먹이를 부지런히 찾는다. 잠시 후 새끼가 날아온다. 엄마 곁에서 먹이를 기다리나 보다. 어미 새가 드디어 지나가는 곤충을 부리로 잡았다. 그를 마구 흔들어 기절시키더니 어미 새가 새끼 부리에 먹이를 넣어준다. 참새 새끼는 먹이를 먹고 엄마를 향해 다시 입을 쩍쩍 벌린다. 배고프다고 더 달라고 계속 조르는 듯했다. 어미 새는 쉴 새 없이 먹이를 찾는다. 정작 어미 새는 자기의 배고픔은 잊은 듯하다. 엄마의 사랑이다. 애절하다.은희(가명) 어머니가 울컥하여 눈물을 훔치신다.“큰 애는 공부도 잘 하고 품성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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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5 16:57
세상 물정도 모르며 겁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남편의 역할과 가장의 무게를 터득할 사이도 없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가장이 된다. 그러더니 곧 아버지가 되었다. 그 후 아버지는 물불 안 가리고 좌충우돌 열심히 살았다. 치열하게 독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자존심을 버리기도 했다. 직장에서는 모멸감도 참아야 하기도 하고, 자영업이라도 할라치면 극렬해야 했다. 그래도 힘든 줄 모르고 씩씩했다. 자신을 믿고 기다리는 아내가 있고, 이쁘게 성장하는 자식이 있기 때문이다.‘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라는 말처럼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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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1 17:31
신발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첨벙 발을 담갔다. 살 것 같다. 서울 도심의 휴식처 청계천 개울이다. 여름휴가를 맞아 가족과 함께 서울 구경을 왔다.맛집을 찾아 음식을 즐기고 경복궁도 구경시키고 광장시장도 돌아보았다. 찜통더위에 극기 훈련을 하듯 사서 고생인 듯싶기도 하다. 하지만 두런두런 즐겁다. 편하기로 말하면, 집에서 선풍기 틀어 놓고 뒹굴뒹굴 수박 잔치가 제일이다.그렇지만 그 집안 다람쥐 쳇바퀴 안에서는 휴가가 맛이 안 난다. 하여 사람들은 땀 흘리며 산으로 바다로 고생여행을 떠난다. 쫓기듯 사는 일상에서 멀어져 이렇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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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8 19:46
1952년 7월,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6살 소년 ‘폴 알렉산더’는 갑자기 어지럽고 목이 아픈 증세를 보였습니다. 가족들은 감기나 독감 정도로 생각했지만, 의사는 뜻밖의 진단을 내렸습니다. 소아마비 바이러스였습니다. 1952년 미국 전역은 6만 건이 넘는 소아마비가 발병된 최악의 해였는데, ‘폴’도 그중 하나였던 것입니다.처음에는 몸살과 고열 증세로 시작되었지만 얼마 후 걷고 음식을 삼키고 숨을 쉬는 능력까지 모두 잃게 된 ‘폴’은 기관절개술을 한 다음, 밀폐된 탱크인 인공 철제 폐에 넣어 치료하게 했습니다.그렇게 18개월이나 지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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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0 17:44
절친 아우가 지점장으로 있는 은행을 방문한 며칠 후, 그 은행에 근무하는 모 과장이 나에게 음식 대접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지점장이 말을 전한다. ‘저분이 오래전에 내 인생에 한 획을 그어준 사람’이란 말과 함께…. “여러분은 미래에 어떤 삶이 펼쳐지길 원하나요?”“여러분 모두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당신에게 청혼하는, 공주처럼 사는 그런 행복한 삶을 꿈꾸지요?”“하지만 그 백마 탄 왕자가 왜 당신을 택할까요?”“왕자가 당신에게 반할만한 준비가 당신은 되었나요?” 이런 요지가 담긴 ‘미래’라는 나의 강연을 듣고 윤희(가명)는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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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6 16:20
파충류나 곤충류 등이 성장하면서 몸의 묵은 표피를 벗어냄을 ‘탈피’라고 한다.몸은 점점 커지는데 딱딱한 껍질은 함께 커지지 않기 때문에 ‘탈피’를 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속살을 보호하던 옛 껍질을 벗어 버리고 더 큰 새 껍질을 만들어 뒤집어쓴다. 이렇게 낡은 껍질을 벗는 과정이 ‘탈피’이다.갑각류인 바닷가재도 평생 여러 차례의 탈피를 거치며 자라난다. 바닷가재는 성장기 5년 동안 25번의 탈피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고 성체가 되어서도 매년 한 번씩 탈피의 아픔을 이겨 낸다. 탈피는 당연한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되지만, 이는 끔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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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5.23 17:27
‘원더’는 2017년에 개봉된 가족 영화로 선천적 안면기형을 지닌 채 태어난 주인공 소년 어기가 세상에 발을 내딛고 적응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영화는 27번의 얼굴 수술을 받은 10살 꼬마 아이 어기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홈스쿨링을 하며 가족 외의 다른 사람들과 거의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았던 어기는 5학년을 맞아 초등학교에 진학한다. “이건 양을 도살장으로 보내는 짓이야.”라는 아빠의 말처럼 어기의 학교생활은 순탄치가 않다. 어기가 지나갈 때마다 친구들의 시선이 쏠리고, 더러운 병균이 옮는다며 피해 다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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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9 18:03
아내는 설렘으로 들떠있다. 아직 3, 4주나 남았는데 벌써 여행지 날씨를 살피고 틈만 나면 여행 정보를 들척거린다. 일상에서의 일탈도 좋은 듯했고 접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요동치는 듯했다. 종일 함박웃음을 달고 살았다.아내는 그렇게 감미로운 유채색 행복구름 위에서 둥실둥실 며칠 몇 날을 살았다. 심지어는 내가 아내의 생일을 깜박 잊고 아침 밥상 위에 미역국의 의미를 모른 채 지나갔어도 행복구름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사실은 나도 설레었다.출발이다. 여행사가 정한 인천공항 만남의 장소에 동기들이 살짝 들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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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4.11 16:45
“내가 얘기하는 땅에 2억만 투자해! 2년 후에 4억을 만들어 줄게!”정·관계에 마당발로 알려진 가까운 지인이 인맥을 자랑하며 권하는 말에 친구가 땅을 샀다가 낭패를 보았다. 그 친구는 ‘그렇게 확실한 땅이면 그 지인이 왜 직접 사지 않았을까?’ ‘이런 호재가 왜 나에게까지?’라는 깨달음을 낭패를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명언이다. 언뜻 지금 당장은 공짜인 것 같지만 결국 알게 모르게 어떤 형태로든 그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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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3.28 17:27
[충청매일] 영국의 한 연구실, 식물학자 알프레드 러셀 윌리스가 고치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나비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나비는 바늘구멍만 한 작은 구멍을 뚫고 고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꼬박 한나절을 애쓰고 있었다. 고치에서 나오느냐 마느냐는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그렇게 아주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낸 후 번데기는 나방이 되어 나오더니 멋진 나비가 되어 공중으로 훨훨 활기찬 날갯짓을 하며 세상으로 날아갔다.이렇게 힘들게 애쓰며 나오는 나비를 지켜보던 윌리스 박사는 이를 안쓰럽게 여긴 나머지 나비가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고치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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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3.14 16:30
언성이 높아졌다.“진정한 친구라면 할 수 있는 일이고 장한 일이다!”“아무리 친구라도 내가 있어야 친구도 있는 건데 그 짓은 바보 같은 짓이다!”친구와 무심코 시작한 주제의 대화에서 얼굴이 붉어질 만큼 의견이 뜨겁다.조선 시대 광해군(光海君, 1575~1641) 때 나성룡(羅星龍)이라는 젊은이가 교수형을 당하게 되었다. 효자였던 그는 집에 돌아가 연로하신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광해군은 허락하지 않았다. 이때 나성룡의 친구 이대로(李大路)가 보증을 서겠다면서 나선 것이다.“폐하, 제가 그의 귀환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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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2.14 16:47
[충청매일] 저 멀리서 엄마가 어여 들어오라고 손짓이다. 슬금슬금 밖으로 나와 동네 친구들을 만난 지 5분 남짓 되었는데 어느새 쫓아 나와 부르신다. 또 엄마의 강압에 이끌려 잡혀 들어왔다. 집에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동네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어김없이 이렇게 잡혀 들어오곤 한다. 야속하다.오랜 세월이 지나 돌아보니 엄마는 심리학 고수였다. 뉴욕대학 심리학자 타냐 차트랜드(Tanya L. Chartrand)와 존 바르(John Bargh)가 1999년에 발견한 ‘카멜레온 효과’의 원리를 엄마는 1970년대에 이미 터득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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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1.17 19:41
“여보 노란불 신호인데 왜 가요!?” “아빠! 그러시면 안 돼요!”아내와 아들이 낮에 있었던 일을 두고 나를 성토한다. “앞에 옆에 다 살펴보고 위험하지 않게 간 거야! 늦지 않으려고! 세상 살면서 융통성이 있어야지….” 늦은 밤 성토와 주장이 다툼을 벌였다. 지나간 이런 일 저런 일을 모두 들추어내, 여차하면 가족이 속상한 갈등의 수렁에 빠질 뻔했다.올리비에 클레르크(Olivier Clerc)가 처음으로 제시한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 있다. 냄비의 물에 개구리를 넣고 물을 끓여 보았을 때 수온이 상승하면 개구리는 체온을 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