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석의 흔들의자] 삶은 개구리 증후군
[서강석의 흔들의자] 삶은 개구리 증후군
  • 충청매일
  • 승인 2022.01.1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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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여보 노란불 신호인데 왜 가요!?” “아빠! 그러시면 안 돼요!”

아내와 아들이 낮에 있었던 일을 두고 나를 성토한다.

앞에 옆에 다 살펴보고 위험하지 않게 간 거야! 늦지 않으려고! 세상 살면서 융통성이 있어야지.”

늦은 밤 성토와 주장이 다툼을 벌였다. 지나간 이런 일 저런 일을 모두 들추어내, 여차하면 가족이 속상한 갈등의 수렁에 빠질 뻔했다.

올리비에 클레르크(Olivier Clerc)가 처음으로 제시한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 있다. 냄비의 물에 개구리를 넣고 물을 끓여 보았을 때 수온이 상승하면 개구리는 체온을 조절한다. 물이 끓는 점에 도달할수록 몸 온도 조절이 힘들어진다. 이 시점에서 탈출을 결심하지만, 개구리는 몸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힘을 다 써 버려 탈출하지 못하고 곧 죽게 된다. 처음부터 뜨거운 물에 들어갔다면 위험을 느끼고 뛰쳐나갔을 텐데 서서히 물의 온도가 변하는 환경에서는 그 변화에 둔감해진 것이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체온도 덩달아 천천히 올라가 어느덧 몸이 축 늘어져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처음 운전을 하던 초보 시절에는 안전하게 운전해야 한다며 교통법규를 잘 지키던 내가, 사느라 바쁘다고 융통성 있게 살아야 한다고 어느덧 나도 끓는 물 속 개구리가 되었다.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개구리가 수온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조금씩 죽음과 가까워지는 자기 몸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내가 꿈꾸던 가치 있는 은 무엇이었던가. 나 자신이 신체적, 감정적, 재정적, 정신적으로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삶아져 스러지고 있는 것 같다. 신체적 건강을 위해 꾸준한 운동을 다짐하고도 내일부터를 반복하고, 이제는 재정을 위한 일을 멈추고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일을 시작하자.’ 하면서도 일을 위한 일을 못 떠나고 있다. 양심과 도덕적 기준도 조금씩 나를 위한 주관으로 변해 아전인수에 빠진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인간관계, 직장, 건강, 욕구등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노력이 서서히 변질하여 본인이 추구하려는 것과 전혀 다른 방향과 다른 지점에 도달하게 할 수 있다. 주변 상황의 변화를 따르다 그렇게 되고 내가 변질함을 인식하지 못하여 그렇게 될 수 있다. 우리가 이를 눈치챌 때쯤이면 상황을 타개할 힘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몸은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신경 줄은 실낱같이 가늘어져 작은 스트레스에도 휘청인다.

개구리에게는 위험을 감지할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수온이 올라감을 피부로 감지할 수 있었고 수온을 따라 체온이 위험수치까지 서서히 올라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개구리는 수온의 변화에 적응하는 게 능사가 아님을 알아야 했고, 자신의 체온이 옳지 않게 변화되고 있음을 알아야 했다.

인간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 본능적으로 적응한다. ‘삶은 개구리 증후군의 교훈처럼, 우리는 처한 환경을 지혜롭게 선택하고 서서히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늘 바른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서서히 따듯해져 위험에 도달하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의 교훈을 청소년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달콤한 유혹이 많은 청소년기에도 성장 후의 소중한 삶에도 꼭 담아 두어야 하는 교훈이다.

이순(耳順)을 훌쩍 넘긴 나도 가족의 옳은 성토에 내 주장이 구구한 걸 보면,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아직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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