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신발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첨벙 발을 담갔다. 살 것 같다. 서울 도심의 휴식처 청계천 개울이다. 여름휴가를 맞아 가족과 함께 서울 구경을 왔다.

맛집을 찾아 음식을 즐기고 경복궁도 구경시키고 광장시장도 돌아보았다. 찜통더위에 극기 훈련을 하듯 사서 고생인 듯싶기도 하다. 하지만 두런두런 즐겁다. 편하기로 말하면, 집에서 선풍기 틀어 놓고 뒹굴뒹굴 수박 잔치가 제일이다.

그렇지만 그 집안 다람쥐 쳇바퀴 안에서는 휴가가 맛이 안 난다. 하여 사람들은 땀 흘리며 산으로 바다로 고생여행을 떠난다. 쫓기듯 사는 일상에서 멀어져 이렇게라도 여유와 균형을 찾고 싶은 것이다. 어찌 보면 처절하다.

외국에서 ‘한국 사람들은 지독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은 아마 우리 삶의 치열함에서 비롯되었지 싶다. 우리는 일제 치하의 암울한 착취와 한국 전쟁으로 극도로 피폐해진 삶을 극복해야 하는 역사적인 상처가 있다.

그 역사적인 상처 후유증으로 우리 민족이 이렇게 치열한 삶의 길을 걷고 있을지 모른다. 치열함으로 투쟁하듯 하는 일상의 삶! 그런 일상이라면 일상을 피해 멀리 휴가를 떠날 만하다.

열심히 사는 삶과 치열하게 사는 삶은 다르다. 이제 우리의 삶도 좀 더 전투적인 치열함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도 성장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자부하는 덴마크의 행복 원천 ‘휘게’! 덴마크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을 보여주는 ‘휘게’는 굳이 뜻을 말하라 하면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뜻한다고 한다. 하지만 말레네 뤼달은 그의 저서 “덴마크 사람들처럼 행복하게”에서 ‘휘게’는 설명하는 게 아니고 그저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휘게’는 덴마크 행복의 원천임을 알 수 있다. 덴마크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 삶의 기저에 여유와 소박함을 지향한다. 덴마크에서는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탄다고 한다. 교통 체증이나 주차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좀 더 유연한 삶의 방식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치열함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양초를 밝힌 따뜻한 분위기로 식사를 하거나 맥주를 마시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때 이를 휘게라고 한다. 휘게는 호화스럽거나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아름답지만 실용적이고 소박하다.

그들은 ‘휘게 십계명’이라 하여 ‘분위기, 지금 이 순간, 달콤한 음식, 평등, 감사, 조화, 편안함, 휴전, 화목, 보금자리’를 지향한다. 특별하지 않다. 그냥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 단 치열하지 않고 유연하다. 느리고 간소하다. 화려한 것보다 단순한 것, 자극적인 것보다 은은한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휘겔리한 삶을 살고 그렇게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치열하다. 부와 권력, 명예…등 모든 곳 심지어 오락에도 치열하다. 남에게 뒤처지는 것을 용납하기 싫다. 남이 잘되는 것을 보는 것조차 싫다.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모두가 이렇게 내가 좀 더 잘되고, 내가 좀 더 앞서가려니 매사 서로가 치열하다. 그러다 보면 모두 힘들고 서로 아프다.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 아니 그러지 않아야 한다.

열심히 살지만 조화로운 삶, 앞서지 못해도 웃을 수 있는 삶, 조금은 느리고 소박한 삶, 이런 삶이 우리 곁에 누군가를 있게 하고 우리의 일상에 여유와 균형을 주어 행복을 느끼게 할 것이다. 휘겔리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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