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석의 흔들의자] 아버지
[서강석의 흔들의자] 아버지
  • 충청매일
  • 승인 2022.08.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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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세상 물정도 모르며 겁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남편의 역할과 가장의 무게를 터득할 사이도 없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가장이 된다. 그러더니 곧 아버지가 되었다. 그 후 아버지는 물불 안 가리고 좌충우돌 열심히 살았다. 치열하게 독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자존심을 버리기도 했다. 직장에서는 모멸감도 참아야 하기도 하고, 자영업이라도 할라치면 극렬해야 했다. 그래도 힘든 줄 모르고 씩씩했다. 자신을 믿고 기다리는 아내가 있고, 이쁘게 성장하는 자식이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라는 말처럼 자신을 믿고 바라보는 가족을 위해 죽을 둥 살 둥 아등바등 일했다. 꼭 돈이 삶의 목표인 것처럼. 능력도 많고 경제력도 갖추어 새로운 삶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은 물론 예외이다.

“차라리 나를 밟고 가!”

자영업을 하던 초등학교 동창 친구가 출발하려는 공무원의 자동차 밑에 들어가 발악이다. 감사를 나온 공무원이 ‘영업정지’를 예고하고 출발하려는데, 한 번만 사정을 이해해 달라고 애걸하다가 안 되니 차라리 나를 죽이고 가라고 자동차 밑으로 기어들어 간 것이다. 그에게는 한여름 아스팔트의 열기도 짓밟힌 자존심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애절하고 치열하게 살면서도, 그 친구 근처에는 늘 쾌활하게 웃음꽃을 피우는 친구였다. “너희 때는 베트남 전쟁이 끝났지만 나는 베트남전에 스키부대로 참전했었다”고 자기가 ‘형님’이라고 너스레를 부리기도 했다.

그는 어쩌다 속내를 내비쳤다.

“잘 크고 있는 자식을 보면 뭐든 감내할 수 있다.”

아버지는 제주도 연안의 줄도화돔이라는 수컷 물고기 같다. 이 줄도화돔은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알을 입에 담아 부화시킨다. 그리고 알에서 부화 후에도 독립하여 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 치어들을 입 안에 머금으며 천적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줄도화돔 수컷은 그 오랜 시간 동안 수정란과 치어들에게 신선한 물과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입을 뻐끔거릴 뿐 먹이를 전혀 먹지 않는다. 이렇게 알의 부화를 위해 입안에 알을 머금는 순간부터 치어들이 독립하기 전까지 수컷은 먹이를 전혀 먹지 않는 것이다. 그 때문에 치어들이 성장해서 수컷의 입을 떠나고 나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수컷은 점점 쇠잔해지고, 기력을 다 잃어 죽기도 한다. 아버지답다.

씩씩하고 쾌활하던 그 친구가 요즈음 어깨가 축 처졌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고, 이제 좀 살만한데 나는 존재감도 없고, 온몸은 여기저기 아프고, 힘이 안 나는구먼!”

늦도록 이런저런 일에 매달리다 귀가하면 아이들은 잠들어 있기 일쑤였다. 그러기에 모든 일을 엄마와 소통하며 엄마의 보호 아래 성장해온 아이들이다. 그러니 지금도 당연히 엄마와의 소통이 편하고 모든 생활 습관도 그리되었음을 안다. 다 알아도 그냥 어깨가 처진다.

“집에서 밥 먹는 횟수에 따라 남편을 ‘영식님’, ‘일식씨’, ‘두식아’라고 부른다는 유머가 있다. 세끼를 꼬박 다 차려달라고 하면 ‘삼식이 새끼’고 간식까지 찾아 먹으면 ‘간나새끼’라고 한다”고 웃음을 준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어느새 자기가 ‘일식씨’니 ‘삼식이 새끼’니 하는 눈치까지 보고 있더란다.

그런 그 친구가 헤어지며 하는 혼잣말이다.

“막내가 자리를 못 잡아서 아직은 더 벌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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