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양법미규(良法美規), 백성을 이롭게 하는 법
[김치영의 고전 산책] 양법미규(良法美規), 백성을 이롭게 하는 법
  • 충청매일
  • 승인 2022.08.2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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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기원전 559년 춘추시대, 초나라 강왕(康王)이 즉위하였을 때 대외정세가 아주 불안했다. 진(晉)나라와 패권을 다투다 크게 패하였고, 그 틈에 동남쪽 오나라가 자주 쳐들어왔다. 그러니 강왕은 취임 첫날부터 한숨만 쉬어야 했다.

그런데 신하 굴건(屈建)을 영윤으로 세우자 뜻하지 않은 반전이 생겼다. 굴건이 국정을 맡자 백성들이 일하기 편해졌고 그 덕분에 나라 살림이 늘었다.

노는 영토를 개척하니 나라 땅이 넓어졌다. 이를 계기로 전차를 확충하니 군대가 강해졌다. 당시 강대국 진(晉)나라는 전차가 천 대였는데 초나라는 이천 대가 넘었다.

오나라는 이런 현실을 모르고 초나라를 쳐들어갔다가 처참히 패하고 말았다. 굴건은 이외에도 나라의 큰일을 매끄럽게 잘 처리하였다. 이에 강왕이 너무도 기뻐 상을 내리고자 했다. 그러자 굴건이 정중히 사양하였다.

“저는 단지 국정을 맡아 선대의 영윤인 위자의 선례를 따른 것뿐입니다. 그러니 상은 제가 받을 것이 아니라 신하들의 몫입니다.”

당시 위자의 아들 위엄은 형벌을 책임지는 벼슬을 맡았는데 항상 공정하고 공평했다. 이에 굴건이 위엄을 존중해서 한 말이다.

이전에 굴건의 부친이 초나라의 법을 만들었다. 굴건은 그런 부친을 무척 존경했다. 부친이 은퇴하자 집에서 지내면서 마름 열매를 무척 좋아했다. 병이 들어 죽기 전에 집안의 집사들을 불러 당부하였다. 이때 굴건은 사신으로 나가서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내가 죽거든 내 제사상에 마름 열매를 꼭 올려주게. 부탁하네.”

부친이 죽은 후에 제사를 올리게 되면 집사들이 그 유언을 지키기 위해 항상 마름 열매를 함께 올렸다. 어느 날 굴건이 이를 보자 의아하게 여겼다.

“어찌하여 제사상에 법전에 없는 음식을 올리는 것이냐?”

이에 집사가 부친의 임종 때 유언을 이야기하였다. 굴건이 말을 듣더니 정색을 하였다.

“내 아버님은 초나라의 법을 만드신 분이다. 지금도 그 법이 문서 창고에 보관되어 있고, 백성들의 일상생활 속에 지켜져 오고 있다. 제사에 관한 법을 보면 군주의 상에는 소, 대부의 상에는 양, 관료는 돼지나 개, 일반 백성은 구운 생선을 올리게 되어있다. 그밖에 포와 젓갈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기이하고 진귀한 음식은 금하였다. 이는 사치가 나라를 망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버님이 마름 열매를 좋아하셨으나 개인의 기호 때문에 결코 나라의 법을 어기실 분이 아니시다.”

이후로 굴건이 부친의 제사에 마름 열매를 올리지 않았다. 신하의 본분으로 감히 법을 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있는 이야기이다.

양법미규(良法美規)란 백성을 이롭게 하는 좋은 법이란 뜻이다. 법대로 처리했을 때 원성이 없는 법이다. 법을 지키면 누구나 이로운 법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지 참으로 아리송하다. 백성을 위한 것인지 어느 특정 권력 집단을 위한 것인지 말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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