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문과식비(文過飾非), 허물도 꾸미고 잘못도 꾸민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 문과식비(文過飾非), 허물도 꾸미고 잘못도 꾸민다
  • 충청매일
  • 승인 2022.07.3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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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기원전 521년 춘추시대 말기. 계찰은 오나라의 현인이다. 사신으로 제나라를 방문하여 재상 안영을 만났다. 당시 안영은 늙은 나이임에도 벼슬에 집착하여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계찰이 안영에게 충고를 하였다.

“그대는 너무 오래 권력에 머물렀소. 그냥 내려가기에는 사방에 적이 너무 많소. 그러니 나라에서 받은 땅과 벼슬을 모두 반납하시오. 다 내려놓아야 다가올 재앙을 면할 수 있소. 제나라가 혼란에 휩싸이기 전에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이요.”

안영이 그 순간 깨달은 바가 있어 그날로 벼슬과 땅을 모두 내놓았다. 얼마 후 고씨(高氏)가 반란을 일으켜 제나라 신하들을 모두 죽였다. 하지만 안영은 벼슬을 내려놓은 터라 화를 모면할 수 있었다.

계찰이 진(晉)나라로 가는 길에 숙읍(宿邑)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백성들은 농사짓느라 허리가 휠 지경인데 어느 호화 저택에서 노래와 연주 소리가 아주 시끄러웠다. 계찰이 지나가는 백성에게 물었다.

“이 고을에 무슨 경사라도 생긴 겁니까?”

그러자 백성이 대답했다.

“저 저택은 숙읍의 대부 손림보가 사는 집입니다. 벼슬이 높아졌다고 매일 저렇게 잔치를 열고 있습니다. 바쁜 농사철에 매일 같이 연회라니 너무한 것 아닙니까?”

이에 계찰이 손림보의 집을 찾아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이한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고자 합니다. 벼슬이 높아지면 백성을 더 살피고 돌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기 쉽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벼슬이 높아졌다고 군주보다 더 호화롭고 거창하게 매일 연회를 열고 있으니 이런 죄를 짓고도 어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백성들을 살피기는커녕 어떻게 매일 희희낙락할 수 있단 말입니까? 백성의 원망이 하늘에 닿게 되면 그때는 누구도 그대를 구할 수 없다는 걸 모른단 말입니까?”

대부 손림보가 이 말을 듣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그날로 연회를 중단하고 자숙하였다. 이후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도 끊고 살았다. 나중에 계찰에게 고마움의 편지를 보냈다.

“선생의 말을 듣고 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미움을 살 정도로 지나치면 이미 불행에 다가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행동이 지나치다고 알려주었을 때 바로 자숙한다면 결코 화를 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충고마저도 무시하고 지나친 행동을 계속한다면 결국은 화를 당하고 말 것입니다. 그때는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선생의 충고가 아니었으면 어찌 제가 지금껏 살아있겠습니까. 진나라에 오시면 꼭 숙읍을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누군가 잘못을 충고했을 때 알아듣고 고친다면 지혜로운 자이다. 그렇지 않은 자는 망하고 마는 것이다. 문과식비(文過飾非)란 허물도 꾸미고 잘못도 꾸민다는 뜻이다. 잘못이 있음에도 조금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둘러대고 꾸며대며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허물이 없는 것을 훌륭하다 여기지 않는다. 허물을 고치는 이를 훌륭하다고 하는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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