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소불여의(少不如意), 뜻대로 되지 않는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 소불여의(少不如意), 뜻대로 되지 않는다
  • 충청매일
  • 승인 2022.05.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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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기원전 690년, 초나라는 장강 유역에서 흥기하여 남방을 지배한 나라이다. 무왕 무렵에 천하에 그 위세를 들어내어 중원에 있는 수(隨)나라를 공격하였다. 수나라는 작은 나라라 싸우기도 전에 항복하고 말았다. 수나라 군주 수후(隨侯)가 무왕에게 정벌의 이유를 물었다.

“우리는 초나라에 대해 아무런 잘못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저희를 공격하는 겁니까?”

그러자 무왕이 대답했다.

“지금의 천하는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고 죽이는 때이다. 내가 수나라를 공격한 까닭은 땅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초나라는 중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다른 제후들에 비해 작위가 아래이다. 그러니 수나라가 대신하여 초나라의 작위를 높여 줄 것을 주나라 왕실에 요청하기 바란다. 그러면 군대를 돌릴 것이다.” 수나라는 급히 주나라 왕실로 사신을 보내 이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주나라 왕실은 수나라의 건의를 무시하고 말았다.

“전통적으로 초나라는 남방 오랑캐라 하여 낮고 천하게 여겼다. 그런데 그들이 어딜 감히 제후의 작위를 논한단 말이냐!”

이런 왕실의 입장을 수나라에서는 사실 그대로 초나라에 알렸다. 주나라의 대답을 전해 들은 초나라 무왕은 크게 분노하고 말았다.

“주나라가 어찌 우리를 그렇게 하대한단 말인가! 우리 선조 죽웅은 주나라 성왕 때에 공신이었다. 그 공로로 작위와 땅을 하사받아 지금의 초나라에 살게 됐다. 이후로 우리 초나라가 주나라 왕실에 충성을 다했음에도 작위를 높여주지 않았다. 왕실에서 우리를 무시한다면 우리도 할 수 없다. 주나라가 작위를 높여주지 않으니 우리는 우리 스스로 작위를 정할 것이다.”

무왕은 이때부터 자신을 왕이라 하였다. 그러자 수나라는 초나라와 강제로 동맹을 맺은 사이라 무왕에게 왕이라 호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주나라 왕실에서 수나라 군주 수후를 호출하여 크게 꾸짖었다.

“어찌하여 오랑캐인 초나라를 함부로 왕이라 호칭하는 것이냐!”

주나라의 호통에 수나라는 초나라와 동맹을 파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초나라 무왕이 수나라를 크게 꾸짖었다.

“수나라가 주나라를 믿고 함부로 동맹을 파기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당장 공격하여 본때를 보여주겠다!”

초나라 군대가 즉각 수나라 도성을 향해 출정하였다. 하지만 그날 저녁 무렵 무왕이 갑작스레 군영에서 죽었다. 초나라는 어쩔 수 없이 군대를 되돌려야 했다. 무왕이 시신으로 돌아오자 신하들은 이렇게 말했다.

“무왕은 형의 아들을 죽이고 제위를 강탈했으니 결국은 벌을 받은 것이다.”

소불여의(少不如意)란 하고자 하는 일이 조금도 뜻대로 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남에게 피눈물 나게 했거나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언제고 망조에 들기 마련이다. 그러니 만사가 순탄하려면 선행을 베풀고 살아야 할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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