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금석맹약(金石盟約), 약속은 지켜야 한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금석맹약(金石盟約), 약속은 지켜야 한다
  • 충청매일
  • 승인 2022.05.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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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기원전 1040년 무렵, 주(周)는 대륙 서쪽 황하 상류에 기반을 둔 작은 부족이었다. 서백창이 부족장에 오른 후에 재주 있고 능력 있는 자를 귀하게 여기자 천하의 인재들이 주(周)로 몰려들었다. 이때 부족이 흥성하여 나라를 이루고 군대를 갖추었다. 서백창의 아들 무왕은 이런 단단한 기반을 물려받아 당시 천하를 지배하던 상나라를 멸하고 주나라 천하를 세웠다. 하지만 무왕은 뜻하지 않은 병으로 3년 만에 죽었다. 그 아들이 왕위를 승계하니 이가 성왕이다. 이때 성왕은 10살 어린 아이였다. 신하들이 나라가 혼란에 휩싸일 것을 염려하여 무왕의 동생이자 개국 공신이며 노나라의 시조인 주공단에게 섭정을 맡겼다. 주나라가 어수선한 틈을 타서 옛 상나라 도읍에서 대규모 반란이 일어났다. 반란을 평정하는데 무려 7년이나 걸렸다. 주공단이 이를 교훈 삼아 주나라의 제도와 정치 체계를 확고히 하였다.

어느 날 어린 성왕이 동생 숙우와 함께 궁궐 오동나무 근처에서 놀고 있었다. 이리저리 뛰어놀다가 성왕이 바닥에 떨어진 제법 잘생긴 오동 나뭇잎을 하나 주웠다. 그것을 동생 숙우에게 주면서 엄숙하게 말했다.

“이것을 증표로 너를 당(唐) 지역의 제후로 삼겠다. 이 오동잎이 증명하노라!”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사관(史官) 사일이 성왕에게 아뢰었다.

“천자의 말이란 한 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그러니 언제 날을 잡아 숙우를 당 지역 제후에 봉하도록 하십시오.”

그러자 어린 성왕이 말했다.

“그게 아니라, 나는 그저 동생과 장난으로 한 말인데.”

사관 사일이 다시 아뢰었다.

“천자는 누구에게도 장난으로 약속하지 않습니다. 천자의 말이 떨어지면 이는 사관이 기록하고, 정해진 일은 조정에서 실행하는 것입니다.”

이어 옆에 있던 주공단이 아뢰었다.

“시장의 상인들은 한번 가격을 정하면 입으로 두말을 하지 않습니다. 전장에 나선 장수는 진중에서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천자께서 장난으로 말씀하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천자의 한 마디는 역사에 기록되는 것이니 말씀하신 것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이에 성왕이 며칠 후 궁궐에서 동생 숙우를 정식으로 당(唐) 지역 제후로 봉하였다. 당 지역은 분하(汾河) 동쪽에서 황하에 이르는 사방 100리의 땅이다. 이후 숙우는 진(晉)나라의 시조가 되었다. 몇 년 후 성왕이 성인이 되자 주공단은 왕권을 돌려주고 본래 신하의 자리로 내려갔다.

성왕의 통치 기간에는 나라가 안정되고 백성들이 화목하여 40여 년 동안 전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왕이 뱉은 말에 책임을 질 줄 알았기 때문이다. 금석맹약(金石盟約)이란 약속을 쇠와 돌같이 굳게 여겨 반드시 지킨다는 뜻이다. 약속하면 지키는 것이 도리이다. 지키지 않으면 불신을 받게 된다. 그러니 어떤 경우라도 지킬 수 없는 일은 함부로 말하지 말고, 지킬 수 있는 것만 말하라. 그러면 인생이 즐겁고 평탄할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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