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소심근신(小心謹愼), 조심하고 삼가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 소심근신(小心謹愼), 조심하고 삼가다
  • 충청매일
  • 승인 2022.04.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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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기원전 656년 춘추시대, 천자의 나라인 주나라 왕실은 쇠약해지고 신하였던 제후국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제나라는 환공이 즉위하자 경제가 번성하여 군사 대국이 되었다. 이로 인해 천하 최강자에 올랐다. 이제 제나라의 말이 곧 천하의 법이 된 시대였다.

환공에게는 부인이 여럿 있었다. 그중 미모가 뛰어난 서쪽 채나라 공주 채희(蔡姬)를 가장 총애하였다. 하루는 환공이 채희와 함께 뱃놀이를 나갔다. 채희는 배를 타는 것이 익숙했으나 환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배가 호수 한가운데에 이를 때 채희가 장난을 쳤다. 배를 좌우로 심하게 흔들었다. 환공이 갑자기 겁이 나서 채희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장난치지 마라. 당장 멈춰라!”

하지만 채희는 환공이 무서워하자 장난기가 더욱 발동했다. 이내 깔깔 웃으며 배를 계속 흔들었다. 아무리 환공이 말을 해도 전혀 듣지 않았다. 환공은 어지럽고 속이 거북하여 거의 실신 직전이었다.

그러자 채희가 갑자기 두려워져서 배를 멈추었다. 환공은 신하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배에서 내렸다. 발이 땅에 땋는 그 순간 환공은 화가 치밀었다. 여태까지는 채희가 환공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 여인이었으나 그 순간부터는 아니었다. 환공은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채희의 장난을 용서할 수 없었다. 신하들에게 격하게 명했다.

“당장 궁에서 채희를 쫓아내라! 친정인 채(蔡)나라로 돌려보내라!”

채희는 그 자리에서 환공에게 잘못을 빌었다. 하지만 환공이 용서하지 않았다. 채희는 결국 제나라에서 쫓겨나 채나라로 돌아갔다. 뜻하지 않게 딸이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오자 채나라 군주 채후(蔡侯)가 놀라 물었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무슨 일로 돌아온 것이냐?”

 채희가 울면서 하는 말을 들어보니 채후는 어이가 없어 화가 치밀었다.

“그까지 물장난 가지고 총애하던 여자를 내쫓았단 말이냐? 외도한 것도 아니고 시기와 질투를 부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환공은 속이 좁아터진 놈이다!”

사실 채나라는 소국이라 대국인 제나라의 일에 대해서 왈가불가할 입장이 전혀 아니었다. 도리어 사위인 제나라 환공 덕분에 외부의 침입이 없어 나라가 평온했다. 하지만 채후는 쫓겨난 딸을 보자 그동안의 환공에 대한 고마움을 쉽게 잊었다. 며칠 후 채희를 이웃 나라로 시집 보냈다.

그러자 환공이 그 소식을 듣고는 크게 분노하였다.

“며칠만 참고 있으면 내 다시 부르려고 했는데, 뭐라고? 내 허락도 없이 채희를 함부로 시집 보냈단 말이냐? 도무지 용서할 수 없다.”

환공은 단단히 화가 나서 당장 군대를 출정시켜 채나라로 쳐들어갔다. 채나라는 제나라를 상대할 수 없었다. 제나라의 일격에 그만 나라가 멸망하고 말았다.

소심근신(小心謹愼)이란 마음을 조심하여 언행을 삼간다는 뜻이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부자나 권세가와 인연이 되었다면 항상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함부로 입을 나불거리거나 방종하게 굴면 처참하게 버려지게 된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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