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입보산공수귀(入寶山空手歸), 절호의 기회를 놓치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 ]입보산공수귀(入寶山空手歸), 절호의 기회를 놓치다
  • 충청매일
  • 승인 2022.03.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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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496년 춘추시대, 오(吳)나라 합려와 월(越)나라 윤상은 서로 이웃하여 자주 싸웠다. 이때 서로 이기고 지고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윤상이 죽자 합려가 기회를 얻었다 하여 쳐들어갔다. 이때 윤상의 아들 구천이 결사적으로 맞섰다. 더구나 그는 꾀를 내어 오나라의 후방을 기습 공격하여 크게 무찔렀다. 이때 합려는 화살에 맞아 임종을 앞두고 아들 부차(夫差)를 불렀다.

“너는 이 아비를 죽인 월나라 구천을 절대 잊지 말아라!”

오나라 부차는 부친의 원수를 갚고자 밤낮으로 군대 육성에 힘썼다. 구천이 이 소식을 듣자 오나라를 가소롭게 여겼다.

“이번에는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말겠다!”

하고는 전군을 동원해 쳐들어갔다. 부추(夫椒) 지역에서 두 나라가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준비된 오나라가 크게 이겼다. 이때 신하 오자서가 구천을 죽이고 월나라를 멸망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부차가 이를 듣지 않았다. 도리어 자만하여 구천을 살려주고 자신의 종으로 부렸다. 그리고 몇 년 후에 그마저도 인정에 끌려 구천을 풀어주었다.

치욕의 나날을 보내고 다시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매일 곰의 쓸개를 핥으며 복수의 칼을 갈았다. 인재를 등용하고 경제를 키우고 국력을 성장시켰다. 왕과 신하가 절약하고 검소하게 생활했다. 그렇게 10년을 보내자 월나라는 부강해졌다. 군대도 막강해졌다. 때마침 오나라가 제나라와 전쟁하는 틈을 타서 오나라를 공격하였다. 오나라 부차는 크게 패하여 고소산으로 달아났다. 결국은 생포되어 구천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그러자 구천이 부차를 가엾게 여겨 말했다.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월나라 변경에서 조용히 살겠느냐?”

이에 부차가 거절하였다. 그러자 구천이 다시 제안하였다.

“그러면 이전에 내가 너를 섬긴 것처럼 이번에는 나의 종이 되겠는가?”

그러자 부차가 이 또한 거절하였다.

“나를 치욕스럽게 하지 말고 어서 목을 베어라!”

그러자 구천이 칼을 내렸다. 그러자 부차가 크게 탄식하며 말했다.

“이전에 내가 너를 살려둔 것이 원망스럽다. 월나라를 멸망시켜야 오나라가 산다고 했던 신하 오자서의 말이 참말이도다. 내가 저승에 가서 오자서를 볼 면목이 없도다!”

하고는 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결하였다. 부차가 죽자 월나라 군대가 오나라 군대를 모두 평정하였다. 이어 오나라 땅을 월나라에 편입시켰다. 이후 월나라는 크게 부흥하여 그 명성이 중원에까지 이르렀다. 구천을 ‘천하패왕(天下覇王)’이라고 칭하였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있는 이야기이다.

입보산공수귀(入寶山空手歸)란 보물산에 들어가 빈손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절호의 기회를 얻었으면서도 이를 헛되게 쓰다 놓치고 만다는 의미로 쓰인다. 대통령 선거에 패한 민주당이 요즘 호되게 욕을 먹는다. 개혁하라고 180석을 만들어줬더니 허세만 부리고 자만에 빠져 패한 것이라고. 백번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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