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에세이]추락
[김민정 에세이]추락
  • 충청매일
  • 승인 2022.02.2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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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충청매일] 한 달 전 광주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일어난 외벽 붕괴 사고로 인해 시공사는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한순간에 추락시키고 말았다. 이 사고로 인하여 그 회사는 저평가되어 코스피 최악의 PER를 보여주며 초대형 악재로 이어졌다. 안전과 함께 추락한 이 기업은 신용을 다시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모를 일이다.

추락의 사전적 의미는 높은 곳에서 떨어짐이다.

사람에게서도 추락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마냥 빛날 줄 만 알았던 삶에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온 큰 사고나 중병이 찾아와 함정에 빠진 이들이다. 이는 사막에 홀로 떨어진 것 같은 심한 절망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요즘 가까운 지인이 병마와 사투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기업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야 할 젊은 나이에 접어야만 하는 날개는 상상 이상으로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추락은 급전직하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온다. 그로 인한 여파는 주변 사람들의 날개마저 접고야 만다.

그러나 이 힘든 절망 속에 있더라도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기에 다시 날 수 있다고 말한 오스트리아 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시적 메시지가 희망을 준다.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이미 날개를 상실했지만, 희망이 찾아올 것이라는 마음으로 견뎌내는 것이다. 나는 지인에게 기적의 날개가 다시 찾아와 훨훨 날아오를 것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희망이 없는 또 다른 추락의 얼굴은 위신이나 명예가 땅에 떨어짐을 의미한다. 한때 세상을 풍미하던 정치인, 교수가 성범죄, 성 추문으로 일평생 일궈온 노력이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경우이다. 이들은 욕심과 교만의 날개를 달고 끝없이 질주하다가 하루아침에 추락하여 모든 걸 잃게 된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면 그리스 신화 이카로스의 추락이 떠오른다.

이카로스는 날개에 붙인 밀랍이 녹아내리는 것도 모르고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다 추락하고야 만다. 마찬가지로 교만과 탐욕은 밀랍으로 붙여놓은 허망한 날개와도 같아 녹아내릴 수밖에 없다. 한때는 남에게 없는 날개가 달려 행복하겠지만, 그 날개가 머지않아 제구실을 하지 못할 때는 바닥으로 추락하고야 만다. 탐욕과 교만은 결국 추락과 동일시 된다.

이번 광주 건설현장의 사고로 인한 추락의 모든 책임은 안전 불감증에 있다. 조급함과 빨리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매일 뉴스를 보면서 사건 사고가 없는 날이 없을 정도로 세상은 인재 위험에 빠져 있다. 

3년 전, 설마 하는 방심이 곧 전염병으로 이어져 세상을 추락시키고 있는 코로나 19는 일상을 빼앗고 수많은 생명을 빼앗아갔다.

세월이 갈수록 비극과 참사로 삶의 날개를 잃게 하는 오늘날, 더 무섭지 않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추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추락한 후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하늘이 돕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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