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모든 생명은 제가 가진 힘을 남김없이 다하며 살아간다. 험한 이 세상에 뿌려진 작은 씨앗조차 있는 힘을 다해 싹을 틔운다. 거기까지도 그 뒤에도 물과 바람과 빛 같은 충분한 관심이 어린 생명의 생사를 결정짓기도 한다. 우리에게 기적처럼 와준 생명, 아이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의무는 사랑하고 보살피며 길러내는 것이다. 어른도 어른이 처음인지라 어찌해야 하는지를 모르는데 고토유지와 다케다 미호는 ‘우리 엄마 맞아요?’라는 그림책으로 일러준다. 그들의 말이 맞는 지 어떻게 아느냐고, 그들은 어른이 아니냐고? 아이들에게 읽혀보면 안다. 얼마나 공감하면서 좋아하는지. 그에 더해 자기 부모에게 솔직하고 더 가까워지고 있는지.

어버이날을 맞아 선생님은 부모님에게 감사편지를 쓰라고 한다. 쓱쓱 잘 써내려가는 짝꿍에 비해 ‘나’는 부끄럽고 도대체 무얼 써야 할지 몰라 눈 딱 감고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기로 한다.

첫째, 말끝마다 ‘알았어?’하는 잔소리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차 조심해. 공부시간에 떠들지 마. 승현이 머리카락 잡아당기지 마 등. 친구들이 있어도 계속되는 엄마의 잔소리가 부끄럽기만 하다.

둘째, ‘내 방 청소를 마음대로 하지 마세요’다. 난 돼지도 아니고, 뒤죽박죽인 게 더 편하고 손때 묻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엄마가 낙서 같다고 버린 그림은 애들이 내 머리에 모래를 뿌려서 혼자 울면서 그린 공룡 그림, 엄청 큰 입에서 나오는 게 피가 아니고 불을 뿜어대는 나였어요. 파란 돌멩이는 은지가 처음으로 울지 말라고 준 선물인데 난 그 이후로 잘 울지 않아요. 구멍 뚫린 운동화는 지난해 운동회 때 처음으로 승현이를 이길 때 신었던 운동화인데 그 운동화를 신고 다시 달려보고 싶었던 신발이었어요. 아빠와 같이 살 때 산타할아버지가 준 기린 인형, 날마다 끌어안고 물고 빨던 추억이 묻어 있는 기린 인형도 곰팡이가 났다고 버렸잖아요? 곰팡이는 빨면 없어지는데……. 내가 일학년 때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서 뒷산으로 도망쳤을 때 엄마도 회사 땡땡이 치고 날 찾으러 와서 화도 내지 않고 함께 주웠던 벌레먹은 도토리도 버렸지요.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사서 같이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도요. 그렇게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는데 아쉽지만 이제 내 방은 내가 치울게요. 마지막으로, 날마다 휘리릭 아침준비, 북북 빨래, 내 준비물 단속까지 마치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바람처럼 회사에 가죠? 그런 엄마를 본 은지가 너희 엄마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대요. 하지만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높은 구두 신고 넘어지지 마세요.라고 쓰고 용돈이 떨어져 카네이션 한 송이와 설거지 쿠폰을 선물해요.

식탁 위에 놓인 카네이션 한 송이와 편지를 읽는 엄마의 모습은 엄마의 일반적 모습이기도 하고, 아이가 지금보다 어렸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가슴 뭉클해지기도 한다. 누구라도 아이가 처음 태어나던 때는 건강하기만을 기원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와 갈등으로 아니면, 아이의 꿈을 대신 꾸느라 헛걸음을 되풀이하고 있는 부모들은 모성 아닌 모성에서 깨어나 진정한 선물이 어떤 것인지 더 나아가 아이가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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