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기원전 316년, 전국시대에 접어들자 왕실인 주(周)나라는 더욱 힘이 약해졌다. 이 때 서북쪽 진(秦)나라가 크게 강성하여 새로운 천하 패자로 등장했다. 하루는 진나라 군대가 일방적으로 주나라에 주둔하며 구정(九鼎)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였다. 주나라 현왕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라가 위태로운 것도 문제지만 천자의 상징인 구정을 내준다는 것은 왕위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왕이 다급하여 지혜로운 신하 안율을 불러 대책을 물었다.

“진나라가 저토록 무례하게 나오니 이를 어쩌면 좋겠소?”

이에 안율이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동쪽 제나라에 가서 도움을 청하여 진나라의 저 무례함을 물리치겠습니다.”

안율이 제나라 위왕에게 아뢰었다.

“진나라는 참으로 무도한 나라입니다. 군대를 일으켜 주나라에 몰려와서는 구정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주나라 신하들이 깊이 논의하여 진나라에 구정을 주기보다는 차라리 정치를 바로 하는 제나라에 주는 것이 낫다고 결정을 보았습니다. 하오니 대왕께서는 주나라를 구하시고 구정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제나라 위왕이 이를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곧바로 장수 진신사에게 군사 5만 명을 주어 주나라를 구하도록 하였다. 제나라 군대가 주나라 국경으로 몰려가자 진나라 군대가 서둘러 철수하였다. 이렇게 하여 주나라는 위태로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제나라 장수 진신사가 현왕에게 요구하였다.

“우리가 진나라를 물리쳤으니 약속대로 왕실의 구정을 내놓으시오!”

현왕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자 이번에도 안율이 나섰다.“대왕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인이 지혜롭게 해결하겠습니다.”

하고는 곧바로 제나라로 가서 위왕에게 아뢰었다.

“약속대로 구정을 제나라에 헌납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구정은 쉽게 옮겨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전에 은나라에 있던 구정을 주나라 왕실로 옮겨올 때 하나의 정을 9만 명의 용사들이 끌어서 옮겼습니다. 9개이니 81만 명의 병사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식량과 보급을 대규모로 갖추어야 했습니다. 그러니 실로 그 수가 엄청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구정을 옮기려면 넓은 길이 닦여져야만 합니다. 하오니 어느 길로 와야 제나라로 들어올 수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이에 위왕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81만 명의 인력도 문제지만 그만한 인원이 지나갈 길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에 결국 구정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렇게 하여 주나라는 구정을 지킬 수 있었다. 이는 ‘전국책’에 있는 이야기이다.

기모비계(奇謀祕計)란 기이한 계책으로 약속을 무산시킨다는 뜻이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었다. 이번에 민주당은 180석을 얻었으니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핑계를 대고 나라와 국민을 위한 개혁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국민이 냉정하게 등을 돌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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