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228년, 천하가 모두 진(秦)나라의 폭정과 억압에 들고 일어났다. 이때 초(楚)나라의 항우(項羽)가 진(秦)나라를 치기 위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출병하였다. 강을 건너 거록 지역에 이르렀을 때 부하 장수들에게 명령했다.

“부장들은 모두 들어라. 우리가 타고 온 배를 모두 침몰시키고, 솥과 시루를 모두 깨뜨려라. 그리고 병사들은 3일 분의 식량만을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불태우도록 하라.”

부장들은 이 터무니없는 명령에 모두 어안이 벙벙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명령에 따라 실행했다. 이제 돌아갈 배도 없고, 밥을 지어 먹을 솥마저 없으니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드디어 항우의 명령이 떨어졌다.

“돌진! 진나라를 물리쳐라!”

병사들은 무섭게 적진을 향해 달려갔다. 적을 물리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니 모두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다. 초나라 병사들의 그 용맹함에 진나라 군대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항우의 군대는 아홉 번을 싸워 아홉 번 모두 진나라를 궤멸시켰다. 이를 계기로 항우는 천하의 맹주로 떠올랐다.

월(越)나라 구천(句踐)이 오(吳)나라 부차(夫差)에게 당한 설욕을 갚고자 마침내 군대를 출정시켰다. 먼 거리를 행군한 후에 잠시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며 쉬는 시간이었다. 부장 중에 누군가 자신이 가진 귀한 술을 구천에게 바쳤다. 구천은 자신을 생각하는 그 성의는 고맙지만 차마 그 술을 혼자 마실 수가 없었다. 계곡에서 쉬고 있는 모든 병사에게 말했다.

“이 술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눠 마시겠다. 비록 양은 적지만 냇물 상류에 쏟아 부으면 우리 다 함께 흐르는 물을 떠서 마시자.”

술 한 병을 냇물에 쏟아봐야 술맛이 얼마나 나겠는가? 하지만 병사들은 왕이 자기들과 함께 동고동락 한다는데 감격하고 흥분해서 기꺼이 결사항전을 다지게 되었다. 구천이 출전을 앞두고 장수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정한 장수란 병사들이 아직 우물을 준비하지 않았으면 목마르다고 해서는 안 된다. 병사들이 막사를 다 짓지 않았으면 피로하다고 해서는 안 된다. 병사들이 취사용 솥에 불을 지피지도 않았으면 배고프다고 해서도 안 된다. 장수는 겨울에는 겉옷을 껴입지 않고, 여름에 부채를 잡지 않으며, 비가 온다고 덮개를 펴서 비를 피해서도 안 된다.”

마침내 월나라 구천이 오나라 부차를 공격하니 병사들이 용감히 앞으로 나아갔다. 월나라 병사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로써 오나라는 멸망하고 구천은 이전의 설욕을 복수하였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있는 이야기이다.

동감공고(同甘共苦)란 장수가 병사들과 함께 기쁨과 괴로움을 나눈다는 뜻이다. 결전의 날에 이르렀으면 장수는 결사항전의 각오를 보여야 한다. 신뢰를 얻은 장수라면 병사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따를 것이고, 그렇지 않은 장수는 병사들이 모두 달아날 것이다. 따라서 통솔은 병사들의 신뢰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결전을 눈앞에 둔 지도자라면 천번 만번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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