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살인죄는 형법 제250조에서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과연 언제부터 ‘사람’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진통이 시작되는 시기(진통설), 태아가 노출되는 시기(전부노출설) 등의 대립이 있고, 진통이 시작되는 시기로 보는 것이 판례의 경향인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언제부터 사람으로 볼 것인지는 끊임없는 논쟁입니다. 다만 전통적으로 태아가 정해진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사망률이 높은 전통적 의학적 근거 등을 종합해 결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반면 배아에 대한 엄격한 윤리적 연구제한 등을 규정하는 법률을 보면 배아도 생명이라는 견해에 부합하는 입법례입니다.

낙태죄와 관련해 생명권이냐 산모의 선택권이냐가 주된 논쟁의 흐름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낙태의 구체적인 행위를 보면, 위와 같은 이론적 경계에서 바로 살인이냐 낙태인지를 엄격히 구분해야 합니다. 낙태가 이뤄지는 현실을 보면, 태아의 주수에 따라 임신극초반의 경우 소위 소파술이라 불리는 자궁내막을 긁어내는 시술로 이뤄지지만, 임신이 상당히 경과한 경우 태아에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 심지어는 유도분만을 통해서 분만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방법 등이 암암리에 이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낙태죄에 대해서 위헌결정이 이뤄져 폐지가 될 경우, 과연 어디까지가 낙태행위로 ‘허용되는 범위’가 될 것인가가 의문입니다.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 미숙아의 경우에도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치부되었던 초미숙아의 경우에도 생존시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즉 단지 엄마의 배속에 있다는 하나 만으로 단순히 살인죄의 보호범위에서 벗어난 ‘사람’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미 법원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관행상 이뤄졌던 치료가 가능한 뇌출혈 환자를 보호자의 요구만으로 퇴원을 허락해 사망하게 한 의료진들에 대해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바 있습니다. 이미 현실상 일부 강제적인 유도분만으로 태어나 숨을 쉬는 아기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형태의 낙태가 이뤄진다면 이는 자칫 ‘살인’에 준하는 행위로 처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과연 의학적으로 어떠한 시기까지 낙태를 허용할 것이며, 어떠한 시술까지를 낙태로 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없이 낙태죄가 허용된다면 낙태행위라 오인하는 상황에서 실질은 살인죄를 범하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만약 살인이 된다면 이는 단순히 허용되는 낙태행위인줄 알았다는 이유로 정당화 될 수는 없습니다. 살인이 보호하고자 하는 보호법익은 그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생명권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아무런 논의도 없이 낙태죄가 산모의 선택권에 의해서 위헌판결이 된다면 낙태를 빙자한 살인행위가 증가할 염려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 누구도 죽어도 되는 생명은 없습니다. 낙태와 살인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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