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공자의 제자 원헌(原憲)은 자(字)가 자사(子思)이다. 사마천은 사기열전(史記列傳) 공자 제자 편에서 자사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어느 날 자사가 책을 읽던 도중에 스승인 공자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사람이 수치스럽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을 말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높은 자리에 앉게 되면 나라를 잘 다스리는 것이 올바른 도리인데, 하는 일 없이 봉록만 받아먹으며 제 잇속만 챙기는 것을 수치스럽다고 말한다. 또한 나라가 갈수록 어지러워지는데도 자리에 연연해 봉록을 받아먹고 앉아있는 것을 수치라 하느니라.”

이어 자사가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그러면 남을 이기려 하지 않고, 자신의 공로를 자랑하지 않고, 남을 원망하지 않고,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면 인자(仁者)라 할 수 있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렇게 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행하는 자를 인자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자사는 공자가 죽은 후에 세상을 등지고 시골에 가서 은거하며 살았다. 그 무렵 공자의 제자 중 언변이 뛰어나고 이익과 재물에 눈이 밝은 자공(子貢)이 위(衛)나라의 재상에 올랐다. 어느 날 그는 함께 배웠던 자사가 어찌 살고 있나 궁금해 네 필의 말이 끄는 화려한 마차를 타고 호위병을 이끌고 자사를 찾아갔다.

자사는 궁핍한 시골에 높으신 분이 찾아오셨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낡은 의복이지만 단정히 입고 문 앞에서 예를 갖춰 맞이하였다. 높은 마차 위에서 자공이 내려다보니 자사의 행색이 초라하고 얼굴 또한 메말라 너무도 안쓰럽게 보였다. 자공이 물었다.

“이보게 자사. 어쩌다 이리 병이 든 것인가?”

친구에 대한 예의로 가볍게 인사를 하던 자사가 말했다.

“참으로 오랜만이네. 자네가 이전에 위나라의 관리가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이처럼 높은 재상의 자리에 오른 줄은 몰랐네. 경축하는 바일세. 내가 시골에 살다보니 좀 궁핍하게 지내네. 사람은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하다고 하고 학문을 배웠으되 능히 옳게 실행하지 못하는 것을 병이 들었다고 말하는 걸세. 나는 비록 가난하지만 병이 들지는 않았네.”

자공이 이 대답을 듣고는 몹시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자사와 헤어진 뒤에도 평생토록 이날의 말실수를 부끄럽게 여겼다.

수치(羞恥)란 사람에 대해 당당하거나 떳떳하지 못하여 느끼는 부끄러움을 말한다. 하지만 천성이 악하고 못돼 처먹은 자들은 수치를 수치로 알지 못한다. 즉 염치를 모른다.

뻔뻔스러울 뿐이다. 이런 자를 파렴치(破廉恥), 또는 몰염치(沒廉恥)한 자라고 말한다.

인사 청문회라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총리나 장관에 추천을 받은 자들이 과거의 비리와 불법행위로 인해 낙마하는 경우가 자주 생겼다.

가까스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자들도 비리와 불법으로 재산축적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낙마한 자들은 얼마나 재산을 축적했는지 그 내역이 궁금하다. 그런 것 좀 자세히 조사해 주면 국민들 속이 후련할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고위직에 있는 자들은 모조리 수치스러운 자들뿐이다. 우리사회에 깨끗한 자들이 이토록 없단 말인가?

하지만 생각해보라. 청렴하고 지혜로운 자들은 김치전에 막걸리만 있어도 친구와 이웃과 더불어 생이 풍요롭고 즐거운데 어찌 시궁창에 뛰어들겠느냐 말이다. 그래도 이 수치스러운 시대엔 청렴한 자가 그리운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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