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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3.02.05 16:56
[충청매일] 그렇다면 네가 그렇게 떠들고 자랑하는 ‘조선의 궁술’이란 게 뭐냐? 그건 한마디로 말할 수 없습니다. 사법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몸의 세계입니다. 그러니 말을 할 수가 없고 말을 할수록 오해만 쌓입니다. 사실은 ‘말’은, 그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같은 경험과 인식 위에 있어야 제대로 통합니다. 말은 그 어떤 것이든 그 배경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배경이 다르면 이해의 폭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말을 넘어서는 세계가 있다고, 이따위 활쏘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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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3.01.08 18:46
활터가 사격장으로 변했다는 얘기를 몇 차례나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활터가 사격장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까닭은 간단합니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그것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활 그 자체가 아니라 활량들의 무책임함과 무감각 때문에 위기에 처한 전통의 현실을 지적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점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이어질 저의 생각이기도 합니다.그렇지만 활쏘기의 핵심은 활쏘기에 있습니다. 즉 과녁을 맞히는 뛰어난 기능이 활쏘기의 본질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본질에서 우리 활은 세계에서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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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12.11 17:12
우리 겨레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활쏘기는 고구려 동명성왕, 즉 주몽 신화입니다. 북부여의 군대에게 쫓기던 주몽이 엄사수에 가로막혀 죽을 상황에 이르자 뜬금없이 활로 강물을 치며 하늘을 탓합니다.그러자 물고기와 자라들이 몰려들어 다리를 놔주었고, 강을 건너자 물고기와 자라는 흩어져서 뒤쫓던 북부여 병사들이 허탕 치고 말았습니다. 자라나 물고기가 실제의 어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일 뿐입니다. 그들은 고기잡이들이었을 겁니다.그러면 왜 활쏘기가 신의 권능을 받는 상징물이 되었을까요? 활쏘기가 나타나기 때까지는 모든 싸움이 맞붙어 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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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11.27 19:22
중국 신화에는 예(羿)라는 명궁이 나타납니다. 요 임금 때 예는 활을 잘 쏘았는데, 어느 날 하늘에 해가 9개나 뜹니다. 사람들이 뜨거워서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예가 활을 쏘아서 하나씩 떨어뜨립니다. 마지막 1개를 떨어뜨리려고 하는데, 그걸 떨어뜨리면 너무 차가워진다고 하여 나머지 한 개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해가 하나뿐이라는 것입니다.그리고 백성들을 괴롭히는 사방의 괴물을 퇴치합니다. 소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했다고도 하고 뱀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했다고도 하는 괴물인 알유, 북방의 흉수(凶水)에서 말썽을 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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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11.13 18:20
지금으로부터 2천500년 전에 쓰인 ‘열자’라는 책에는 기창이라는 명궁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감승(甘蠅)은 옛날의 활쏘기를 잘하던 사람이다. 그가 활을 당기면 짐승들은 엎드리고 새들은 내려앉았다. 제자 중에 비위(飛衛)라는 사람이 있었다. 활쏘기를 감승한테서 배웠으나 그 재주는 그의 스승보다 더했다. 기창(紀昌)이라는 사람이 또 비위한테서 활쏘기를 배웠다. 비위가 말했다.“너는 먼저 눈을 깜빡거리지 않는 공부를 해라. 그런 뒤에야 활쏘기에 관해 얘기할 수 있다."기창은 돌아가 그의 아내의 베틀 밑에 드러누워 눈을 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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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10.16 14:21
1929년 ‘조선의 궁술’을 기록한 분들은 이상하게도 중국의 책들을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사경’을 비롯하여 ‘사법비전공하’ 같은 책은 이미 조선 시대에도 소개된 글이었고, 실학파들의 글에서도 그런 사법에 대한 묘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 측의 기록을 전혀 참고한 흔적이 없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왜 그랬을까요?이유는 간단합니다. 별로 참고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활쏘기는 조선이 세계 제일이었습니다. 실학자들도 ‘중국의 창, 일본의 칼과 견주어 조선의 활’이라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조선 사람들로서는 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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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9.04 16:09
인터넷에서 사법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인터넷은 쌍방 소통이기 때문에 정보를 교환하는 데는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교육은 쌍방이 될 수 없습니다. 스승이 가르치고 제자가 배우는 것입니다. 특히 ‘전통’이라면 이런 구조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전통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인터넷으로 얘기를 나눠도 좋겠지요. 그건 교육이 아니라 정보공유일 테니까요.허나 몸으로 터득해야 하거나, 혼자서는 터득할 수 없는 것을 누군가에게 배워야 한다면, 말을 할수록 배움으로부터 멀어지는 지름길입니다. 특히 전통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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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8.21 19:01
온깍지활쏘기학교는 2012년 2월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졸업생들이 꾸준히 배출되어 동문회가 결성되었고, 동문들은 매년 2차례 정기모임을 엽니다. 그 모임에서는 경기를 하는데, 봄에는 서울 터편사의 형식인 ‘온깍지 편사’를 하고, 가을에는 옛날 상사대회의 형식으로 치릅니다. 활음계 회원들이 획창을 하도록 유도하고, 획지를 붓글씨로 쓰며, 궁체의 발전이 눈부신 한량에게 그 획지를 줍니다. 시계 바늘을 1940년대로 되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가장 큰 문제는 복장입니다. 1940년대의 활터 풍경은 당연히 한복에 두루마기 차림입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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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8.07 14:50
활쏘기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앞서 물었던 것을 또 다시 묻습니다. 이제는 정확한 답이 나올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여 상금 따먹고, 승단대회에서 한 단 올려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마침내 협회에서 주는 ‘명궁’이라는 칭호로 불리며 세상을 굽어보는 것 따위는 우리 활의 목적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그러면 활쏘기의 목적은 무엇이냐? ‘조선의 궁술’에 다다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선의 궁술’ 속에 있는 편사를 해보는 것입니다. 전통 활쏘기의 꽃으로 묘사된 그 편사를 우리가 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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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7.24 16:15
성낙인 옹은 ‘조선의 궁술’에서 현실로 막 걸어 나온 그런 분이었습니다. 마치 쥐라기나 백악기의 지층에 흔적으로 남은 시조새가 우리 집 아파트 주차장으로 날아드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예컨대, 과녁에 대해서 여쭈었습니다. 옛날에 과녁 거리는 지금과 비교할 때 어땠나요? “조금 더 멀었지.” 과녁 모양은요? “옛날에는 검정관만 있었어.”대화할 때마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말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기억을 좀 더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해방 전후에 집궁한 구사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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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7.10 16:33
‘조선의 궁술’에는 편사에 관한 아주 자세한 기록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편사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자세합니다.그것을 읽다 보면 1천년이 지난 뒤에도 ‘조선의 궁술’을 토대로 재구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렇게 당시 한량들은 편사에 집착했을까요?그 정확한 까닭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활터의 풍속 중에서 여러 사람이 어울려 즐길 수 있는 활쏘기 형식이 편사였고, 그것이 오랜 내력을 지녔으며 조선인의 자부심을 추켜준 행사였음은 분명합니다. 한편 나라는 망했고, 이민족의 지배를 받으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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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6.26 16:10
충주의 신한승도, 서울의 도기현도, 부산의 이용복도 모두 송덕기 옹에게 와서 배우고 자문을 구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결국 현대 태껸의 시조는 송덕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송덕기라는 한 사람이 이 거대한 전통문화의 흐름을 열어놓은 것입니다.반면 이와 대조되는 것이 격구입니다. 고려 때부터 사내들 사이에서 인기 많았던 종목이고, 이것이 구한말까지 이어져 송덕기는 대한제국 군인 시절에 격구를 했던 사람입니다.이 점을 주변 사람에게 늘 자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격구는 끊어졌습니다. 오늘날 말타는 동호인들이 격구를 하며 단체도 여럿 생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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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6.12 16:17
성낙인 옹이 중요한 인물인 또 다른 이유는 서울 편사를 체험한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서울 편사는 해방 전까지 생생하게 살아있던 풍속이었습니다. 그리고 규모나 격식은 많이 졸아들었지만, 해방 후까지도 간간이 열렸던 행사입니다. 그 풍속이 ‘조선의 궁술’에 자세히 기록되었습니다. 그 기록의 현장을 몸소 체험한 사람이기에 그의 존재 자체가 편사의 생생한 증거인 셈입니다.때로 천 년의 전통이 한 사람에게 달린 경우가 생깁니다. 예컨대 태껸의 송덕기 옹이 그런 경우입니다. 송덕기는 구한말 군인 출신으로 평생을 서울 황학정에서 활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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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5.29 17:32
[충청매일] ‘조선의 궁술’은 참 어려운 책입니다. 특히 활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조선의 궁술’ 전체를 쓴 사람은 동운 이중화라는 한글학자였습니다. 그런데 한글학자가 활쏘기의 역사를 비롯하여 인문학의 지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잘 쓸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활쏘기의 핵심 영역인 ‘사법’ 부분이 그렇습니다. ‘조선의 궁술’에는 사법에 관한 아주 짤막한 기록이 있습니다. 불과 서너 페이지에 불과합니다. 요즘 흔한 A4용지로 정리하면 3쪽이 채 안 되는 분량입니다.이 부분을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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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5.15 19:09
2019년 인천 남수정에 편사놀이 구경을 갔다가 남수정의 역사가 담긴 자료를 몇 가지 보았습니다. 90세 넘은 노사가 깨알 같은 붓글씨로 써 내려간 남수정의 역사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활터 대표인 사두의 대수를 어떻게 산정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남수정의 경우, 현재의 사두부터 거꾸로 대수를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인데, 각 사두가 2년씩 임기를 마쳤다는 전제하에 몇 대 몇 대임을 정했습니다. 이런 사정은 남수정만이 아니라 수많은 활터에서 이런 산정 방식으로 현재의 사두 대수를 정했습니다.이런 산정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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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5.01 16:17
모든 인간은 천간(天干)의 네 글자 그리고 지지(地支) 네 글자 이렇게 모두 여덟 글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 여덟 글자는 한 사람의 바코드로써 한 인간의 모든 정보가 담겨져 있다. 즉 직장, 재물, 직업, 적성, 건강 등 인간의 모든 길흉화복을 담고 있다. 이 많은 것들 중에서 오늘은 사주팔자 속에 들어있는 건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사주팔자로 건강을 분석하는 방법으로는 첫째 음양(陰陽)을 살펴보는 것이다. 남자는 양(陽)에 속하므로 일단 음(陰)의 속성을 지닌 글자를 가지는 것이 좋다. 즉 천간과 지지에 금(金), 수(水)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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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4.17 16:07
1994년에 서울 활터 황학정에서 ‘국궁1번지’라는 책을 냅니다. 김집 접장이 총무를 맡으면서, ‘조선의 궁술’ 이후 처음으로 책다운 책이 나온 것입니다. 이 책은 제5집까지 매년 나왔습니다. 그리고 김집의 노력은 ‘국궁교본’과 ‘황학정백년사’로 이어지면서 현대 활쏘기 기록의 한 획을 긋습니다.이 책 국궁1번지에 ‘8·15 해방 직후의 황학정’이라는 글이 실립니다. 해방 전후의 황학정 생활을 회고한 글로 글쓴이는 성낙인입니다. 그 생생하게 살아있는 묘사를 보고 제가 수소문하여 연락했고, 결국은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찾아가서 녹화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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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3.20 15:52
[충청매일] 1910년 한일 강제합병이 이루어지고 난 뒤에도 사람들의 일상은 계속됩니다. 단옷날이 되면 바쁜 농사 준비를 잠시 쉬고 동네마다 한바탕 잔치를 벌입니다. 여자들은 그네타기와 창포물에 머리 감으러 여기저기 몰려가고, 사내들은 씨름과 활쏘기 윷놀이를 하러 읍내나 큰 동네로 달려갑니다. 나라는 망했지만, 사람들의 세시 풍속은 몇천 년째 이어집니다. 3·1운동의 여파로 1920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창간되자, 이런 소식들이 각 지역에서 올라옵니다. 활쏘기 대회 소식은 두 신문의 지역 소식 중에서 가장 많이 올라옵니다. 각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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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3.06 16:48
[충청매일] 성문영 공은 1944년에 집궁회갑을 맞습니다. 여기서 60을 빼면 그의 집궁년이 됩니다. 1884년입니다. 이때 집궁을 하여 무과에 응시했고, 대한제국의 마지막 무과에서 급제를 하여 벼슬길에 나아갑니다. 벼슬은 정3품 통정대부에 이르는데,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새롭게 출발할 때 그 동안 세운 공적으로 6등 훈작을 받습니다. 정식 명칭은 ‘정삼품훈육등통정대부중추원의관’입니다.중추원은, 특정한 직책이 없는 대신들이 소속된 기관입니다. 고려 말에 생긴 조직인데, 조선시대에도 이어져 왕 측근의 인사들이 잠시 직책을 내려놓고 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