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인터넷에서 사법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인터넷은 쌍방 소통이기 때문에 정보를 교환하는 데는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교육은 쌍방이 될 수 없습니다. 스승이 가르치고 제자가 배우는 것입니다. 특히 ‘전통’이라면 이런 구조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전통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인터넷으로 얘기를 나눠도 좋겠지요. 그건 교육이 아니라 정보공유일 테니까요.

허나 몸으로 터득해야 하거나, 혼자서는 터득할 수 없는 것을 누군가에게 배워야 한다면, 말을 할수록 배움으로부터 멀어지는 지름길입니다. 특히 전통이라는 말이 붙은 영역은 그렇습니다. 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혼자 터득한 주먹구구 사법을 얘기하려면 인터넷도 좋겠지요. 어차피 제 자랑으로 끝날 테니까요. 특히 요즘 개량궁으로 사격술을 연마하여 그것이 활쏘기의 전부인 줄 아는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왕 노릇을 하며 자신을 섬기지 않는 수많은 사람을 향해 시비 걸고 욕을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전통’을 못 배웁니다.

전통 사법은 한 5년 착실히 스승에게 배워서 궁체의 기본을 갖추고, 다시 5년을 스스로 다지면서 이게 맞는지 어떤지를 스승에게 확인받아야 합니다. 한 10년 정도 ‘배우’면 그제야 ‘아, 이게 그 길인가보다!’ 하고 깨달음이 이는 순간이 옵니다. 그렇게 찾아온 깨달음을 묵묵히 확인하는 시간을 한 5년 가지며 보림을 하면 더는 말이 필요 없는 세계에 이릅니다. 도의 세계는 말이 필요 없는 세계입니다. 스승의 가르침대로 꾸준히 실천하면 어느 순간 저절로 알게 됩니다. 오히려 말이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죠. 말이 많다면 깨달음과는 거리가 먼 세상에 있는 것입니다. 언자무지(言者無知), 지자무언(知者無言)이고, 신언불미(信言不美), 미언불신(美言不信)입니다. 지금 주둥이 놀리는 너는 어떠냐고요? 하하하. 허걱! 이렇게 갑자기 훅 들어오다니요! 글쎄요, 쩝쩝쩝.

조선 전기 명장으로 이름을 떨친 최윤덕 장군은 어릴 적 함경도의 무자리(백정)에게 키워졌습니다. 아버지가 딴 데로 발령 나서 갑자기 떠나는 바람에 그리 된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10대 후반의 혈기 왕성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최윤덕은 활을 배워서 그 고을에서 이름이 났습니다.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사람들이 으레 최윤덕에게 가서 말했고, 그러면 활을 들고 가서 호랑이를 잡아왔습니다.

몇 년 뒤 아들을 데리러 온 아버지가 그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들을 데리고 들판으로 나가서 활쏘기를 시켰습니다. 그걸 본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의 손재주가 제법 날래나, 오히려 법도를 알지 못하니, 오늘 한 짓은 촌뜨기의 재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서는 활쏘기를 다시 가르쳤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 활량은 활터에서 허송세월한 사람입니다. 활로 호랑이를 밥 먹듯이 잡는 사람에게 활을 좀 더 배워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아버지가 말한 그 활쏘기는, 오늘날 1년 배우고 전국대회 우승하는 그런 활쏘기는 아니었을 겁니다. 『조선의 궁술』을 한번 제대로 이해해보자고 30년을 허비(?)한 저로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후 최윤덕은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명장이 됩니다.

이순신 장군은 34세에 무과에 급제합니다. 보통 문과와 무과를 선택하는 나이가 16세 안팎이니, 급제하기까지 18년이 걸린 셈입니다. 이 세월을 두고 이순신 장군이 몸치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전통 사법에는 가르쳐주지 않으면 배울 수 없는 그 무언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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