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문화 산책] 명궁 이야기의 참뜻
[활쏘기 문화 산책] 명궁 이야기의 참뜻
  • 충청매일
  • 승인 2022.11.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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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명/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지금으로부터 2천500년 전에 쓰인 ‘열자’라는 책에는 기창이라는 명궁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감승(甘蠅)은 옛날의 활쏘기를 잘하던 사람이다. 그가 활을 당기면 짐승들은 엎드리고 새들은 내려앉았다. 제자 중에 비위(飛衛)라는 사람이 있었다. 활쏘기를 감승한테서 배웠으나 그 재주는 그의 스승보다 더했다. 기창(紀昌)이라는 사람이 또 비위한테서 활쏘기를 배웠다.  비위가 말했다.

“너는 먼저 눈을 깜빡거리지 않는 공부를 해라. 그런 뒤에야 활쏘기에 관해 얘기할 수 있다."

기창은 돌아가 그의 아내의 베틀 밑에 드러누워 눈을 베틀채 끝에 대고 있었다. 2년 뒤에는 비록 송곳 끝이 눈동자로 거꾸로 떨어져도 눈을 깜박이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를 비위한테 가서 얘기하자 비위가 말했다.

“아직 안 되네. 다음에는 보는 공부를 해야 한다. 작은 것을 보더라도 큰 것처럽 보이고 희미한 것을 보더라도 뚜렷한 것처럼 보이게 된 뒤에야 내게 얘기해라."

기창은 터럭으로 이를 잡아매어 창에 매달아놓고 남쪽을 향해 서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열흘 동안에 점점 커지더니 3년 뒤에는 수레바퀴처럼 되었다. 그런 뒤에 다른 물건들을 보니 모두가 언덕이나 산처럼 보였다. 이에 연나라 지방에서 나는 좋은 활(燕角之弓)과 삭북 지역에서 나는 좋은 살(朔蓬之矢)을 들어 쏘아 이의 염통을 꿰뚫었는데 매단 줄은 끊어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 때문에 후대에 활 이야기에는 꼭 ‘베틀과 이’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일종의 훈련법인데, 이것이 매우 사실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의 감각이나 인식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매우 민감하게 발달합니다. 눈이 먼 사람의 다른 감각이 유난히 발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예컨대 초원지대에 사는 몽골 사람들의 시력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좋아서 4.0이 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먼 곳을 구별해야 하는 그들의 생활이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활터에서 활을 쏘다 보면 구경꾼들이 옵니다. 그들의 반응을 보면 허공으로 뜬 화살을 보지도 못할뿐더러 어디로 간다고 얘기해줘도 잘 못 봅니다. 활을 쏘는 우리 눈에는 살줄(화살의 궤적)이 아주 잘 보입니다. 과녁의 어느 자리에 맞고 튀는지도 보입니다. 심지어 어떤 때는 과녁에 박힌 못대가리도 보입니다.

어느 날은 과녁이 유난히 또렷하거나 커 보입니다. 그런 날은 화살이 아주 잘 맞습니다. 어떤 날은 과녁이 유난히 작아 보입니다. 그런 날은 화살이 잘 안 맞습니다. 대회에 나갔는데 과녁을 누가 이쪽으로 당겨놓은 것처럼 가까이 보이면 그날은 성적이 아주 좋습니다. 백발백중입니다. 무협지 얘기가 아닙니다. 활터에서 자주 겪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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