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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11.30 16:22
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축구경기를 보느라 잠을 설친 게 얼마만인가 싶다. 엊그제 꼭 이겨야 할 상대인 가나에 3대 2로 졌다. 첫 경기에서 강호 우루과이와 대등한 경기 끝에 비겼고, 이제 피파 랭킹 9위인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남았다. 지금까지 비록 1무 1패로 조별 순위는 최하위이지만 경기 내내 뒤지지 않는 실력과 투지로 잘 싸웠기에, 그 어느 누구도 이대로 멈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는 물론 온 국민이 승리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품고 있기에 어떤 상황이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신화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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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11.09 19:35
‘골든타임’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TV방송을 시청하는 황금시간대를 지칭하는 방송용어로 쓰이기도 하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을 이르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골든타임은 교통사고 중증환자의 경우 1시간, 뇌졸중 발병환자는 3시간, 심장마비의 경우 4분에서 6분의 시간이다. 이 골든타임에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받지 않으면 환자는 생명을 잃고 만다. 그래서 골든타임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시간이다.지난 10월 29일 이태원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골든타임 4분을 놓쳐 생명을 잃었다. 해마다 핼로윈 데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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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10.19 17:10
중간고사 기간에 학생들은 오전에 시험을 마치고 하교한다. 학생들이 없는 오후에 교사들은 서술형 답지 채점을 하거나 연수를 한다. 수업이나 대입 지도에 관한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전문가를 초청하여 강의도 듣고, 교육과정 운영이나 다양한 주제로 회의를 한다.시험 기간 중 하루는 교직원 힐링 연수가 있다. 이번에는 문경새재를 함께 걸었다. 시월 중순, 서서히 단풍이 들어가고 있는 새재길은 아름답고 고적(孤寂)했다. 매일 밤늦게까지 학교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밖으로 나오니 스치는 바람마저도 예사롭지 않고 상쾌했다. 평일이어서인지 산길은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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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9.28 16:43
지난 일요일 밤 오랜 친구의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친구와는 대학 신입생 때 만나 우정을 나눠온 막역지우(莫逆之友)다. 그 친구와 나는 1학년을 마치고 휴학하여 같은 날 입대를 했다. 306보충대를 거쳐 경기도 연천 대광리 GOP 철책선에서 보초를 서다 제대하고 복학하여, 매일 붙어 다니며 온갖 추억을 공유한 친구다.갑작스러운 친구의 방문 목적을 물으니,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 선생님이 돌아가셔서 조문을 오는 길이라고 했다. 김성동 작가가 말년에 충주에 내려와 사신다는 이야기를 스치듯 듣고, 워낙 작은 도시라 오가며 뵐 수 있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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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9.07 19:06
지난 6일 기상청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도의 역대급이라고 예보한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스치고 지나갔다. 제주와 부산, 울산, 경주 등 태풍의 중심부에 처했던 남쪽 지방은 강풍과 폭우로 많은 피해를 입었고, 다른 지역에서도 정전이나 침수, 시설물 파손 등으로 피해를 겪은 이들이 많았다. 가뜩이나 코로나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태풍 힌남노는 큰 상처를 주었다.생각해보면,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태풍은 불청객처럼 우리를 찾아왔었다. 해마다 가을 수확기를 앞두고, 비바람에 떨어진 과일들과 물에 잠긴 벼이삭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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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8.17 17:32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올해 북카페를 새로 조성했다. 교실 다섯 칸 정도를 터서 사방으로 책장을 설치하고 넓은 책상을 여러 개 두어 학생들이 모여 앉아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공부할 수 있는 넓은 책상을 마련했다.이상하게도 나는 이 새롭고 큰 북카페보다도, 입구의 작은 복도공간에 머무는 것이 더 좋았다. 북카페에 들어가려면 몇 계단을 올라야하는데 거기 앉아 있으면 고향집 사랑방에 앉아있는 것처럼 아늑하고 좋았다.그 작고 아담한 공간의 벽면에 누구라도 읽으면 새길만한 인상적인 글귀를 하나 걸어두고 싶었다. 한참 생각한 끝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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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7.27 17:12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지난 21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한달간 여름방학이다. 방학하는 날. 방학식을 마치고 학생들은 하교를 하고, 교직원들은 월악산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한 학기 동안의 노고를 서로 격려하며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 선생님들이 학년별로, 교과별로 모여 대화도 나누고, 다함께 식사도 하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잠시 더위를 식히고 방학을 맞이했다.일부 선생님들은 방학 다음날부터 1급 정교사 자격연수, 체험학습 지도자 안전연수 등 연수와 수학여행 사전답사에 참여해야 해서 바로 쉬지 못한다. 교육지원청 주관으로 한 주간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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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7.06 17:13
내가 사는 충주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이면서 남한강과 충주호로 둘러싸여 있어 물의 도시다.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크고 작은 물난리를 겪었다. 장마철만 되면 강물이 넘쳐 피땀 흘려 일군 농토가 물에 잠기어 가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어머니의 허망한 눈빛이 기억난다.괴산에서 흘러오는 달천강이 크게 휘어 돌아가는 강변에 물이 닿지 않는 갈대밭이나 잡초밭이 있었다. 농사지을 땅이 없는 사람들은 그곳을 개간하여 고구마도 심고 땅콩도 심었다. 농사 지을 땅 한 평 없던 우리도 강변의 돌밭을 개간하여 곡식을 심었다. 집에서 한참을 걸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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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6.15 17:00
내 고향마을은 충주 달천강가의 송림마을이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면 온통 달래강과 함께 한 기억으로 가득하다. 남한강과 합류하는 달래강가의 고향마을은 강둑을 따라 일자형으로 형성된 마을이었다.대홍수가 나던 1972년, 나는 어머니의 고향인 이 마을로 이사와 윗마을에서 아랫마을로, 단칸 셋방에서 낡은 기와집으로, 수없이 옮겨다니며 살았다.여름이면 친구들과 강에서 물장구를 치고, 겨울이면 썰매를 타며 자랐다. 강둑에 서서 강물과 강 건너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모시래 들녘의 곡식처럼 여물어갔고, 차갑고 시린 겨울강바람을 맞으며 험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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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5.25 17:04
며칠 전부터 5월 23일 월요일 0시를 기다렸다. 이 날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있는 축구 선수 손흥민이 시즌 마지막 경기를 하는 날이다.마지막 한 경기를 남기고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내년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 직행하는 4위 싸움을 어렵게 하고 있었고, 손흥민은 22골로 리버풀의 살라흐에 이어 1골 차로 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마지막 경기를 이기면 손흥민의 소속팀은 내년에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할 수 있고, 손흥민이 두 골을 넣으면 득점왕이 될 수 있기에 이 날만을 설레며 기다렸다.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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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4.13 16:48
봄이다. 들녘이나 시골 장터나 밥상에 봄나물이 지천이다. 냉이, 쑥, 시금치, 원추리 등 이맘때의 봄나물들은 겨우내 눈보라와 찬바람을 이겨내 새싹을 틔워서인지 더 향긋하고 맛있다.봄나물의 맛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히 재료의 신선도이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념의 적절한 배합이다. 마늘, 간장, 소금, 참기름이 적당히 들어가야 맛이 있다. 그래서 요리의 핵심은 절제에 있다. 그 어떤 양념이나 재료라 하더라도, 더 넣고 싶은 마음을 절제할 수 있어야 최고로 맛이 있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적당하게 필요한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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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2.09 16:19
[충청매일]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 옷의 내음새가 나고또 인절미 송기떡 콩가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대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 옆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시인 백석의 시 ‘여우난골족’의 일부이다. 이 시를 읽다 보면 큰집에 모인 친척들이 음식을 장만하고 시끌벅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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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2022.01.19 16:46
2022년 새해에 페이스북을 끊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새롭게 출발하고 싶어 새해 첫날 동해로 가 일출을 보았다. 바다 위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무탈하게 그렇지만 새롭게 시작했으면 하고 소망했다. 일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남들이 올린 일출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고 새해 인사를 했다. 새해가 밝았지만, 늘 하던 대로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페이스북을 끊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휴대폰을 보고 살았다. 주로 인터넷 기사나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