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중산고 교감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지난 21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한달간 여름방학이다. 방학하는 날. 방학식을 마치고 학생들은 하교를 하고, 교직원들은 월악산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한 학기 동안의 노고를 서로 격려하며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 선생님들이 학년별로, 교과별로 모여 대화도 나누고, 다함께 식사도 하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잠시 더위를 식히고 방학을 맞이했다.

일부 선생님들은 방학 다음날부터 1급 정교사 자격연수, 체험학습 지도자 안전연수 등 연수와 수학여행 사전답사에 참여해야 해서 바로 쉬지 못한다. 교육지원청 주관으로 한 주간 학교간 연합창체활동이 있고, 대학입시 박람회 행사에도 참여하고, 또 학교에서 2주간 더배움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수업을 한다. 방학이라고 해야 온전히 쉬는 날은 휴일을 빼면 한 5일 정도일까 싶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지 않아도 되고,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게 아니어서 부담이 적다.

방학한지 일주일이 지난 오늘도 학교에는 방학 중 특별프로그램 참여와 소인수교육과정 수업을 위해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등교해 있다. 3학년 학생들이 여럿 등교하여 담임선생님들과 수시 원서 작성을 위한 대입 상담을 하거나 수능 준비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학교에 근무하니 방학이 있어 좋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실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보면 여름, 겨울의 방학이 큰 도움이 된다. 방학은 학부모님들에게는 부담일 수 있지만, 교사에게나 학생들에게는 꼭 필요하다. 힐링과 재충전의 계기도 되면서, 학교를 벗어나 더 큰 세상을 경험하며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문제는 전국의 모든 학교가 방학을 거의 같은 시기에 하다 보니, 교통시설이나 체험장소 등 인적, 물적 자원의 여러 제한이 따르고, 비용 부담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방학을 더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방학기간을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정하면 어떨까? 전국의 모든 학교의 방학기간이 비슷하다보니, 도로나 철도, 항공편 등 교통사정이나 휴가지 숙박시설을 비롯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번잡하다. 예전에는 더위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방학을 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학교의 냉난방시설이 발달되어 있어 굳이 여름, 겨울 한달씩 같은 시기에 방학을 하지 않더라도 괜찮을 듯싶다. 교사자격 연수나 교육청 단위 행사 등을 고려해 학교별로 분산하여 방학을 학기가 어렵다면, 행정구역 단위별로 적당한 시기에 방학을 나누어 실시하면 어떨까?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친 가정의 달 오월의 적당한 시기나 민족의 명절인 설과 추석 즈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즈음에 보름 정도씩 방학을 하면 어떨까? 지방자치시대인 만큼 시·도 단위로 자유롭게 방학기간을 정한다면, 공항, 철도, 도로 등 교통시설 뿐 아니라, 전국의 관광지 휴양시설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분산하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여건들이 급변하는 세상이니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각 도별로 교육정책이나 방향 추진에 많은 자율성이 부여되고 있는 현실이니 충분히 검토하고 추진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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