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중산고 교감

‘골든타임’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TV방송을 시청하는 황금시간대를 지칭하는 방송용어로 쓰이기도 하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을 이르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골든타임은 교통사고 중증환자의 경우 1시간, 뇌졸중 발병환자는 3시간, 심장마비의 경우 4분에서 6분의 시간이다. 이 골든타임에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받지 않으면 환자는 생명을 잃고 만다. 그래서 골든타임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시간이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골든타임 4분을 놓쳐 생명을 잃었다. 해마다 핼로윈 데이에 많은 사람들이 이태원에 모여 축제를 벌였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썼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고, 119 신고가 여러 차례 있었기에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희생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안타깝다.

골든타임에 전제되는 것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생명을 위협 받는 위기상황에서 골든타임이 필요한 것이다. 누구나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보면서 희생자가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충분히 예견된 상황임에도 사전에 대처하지 못한 점부터 해당 장소에 설치된 불법가건물이나, 해당 시간대에 인원 및 상황 통제를 못한 점, 경찰이나 소방당국, 행정당국의 대처 등 따져보면 수없이 많을 것이다. 국민들이나 언론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정치권에서도 국정조사나 특검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철저하게 책임소재가 밝혀질 테지만 절망적인 심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세월호 사건 이후 8년이 지났다. 세월호 이후 학교에서는 체험학습 인솔교사의 안전교육이나 심폐소생술 교육 등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 학교 안팎으로 안전예방조치 등이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국민들의 안전의식도 높아져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꽃다운 청춘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때와 다를 바 없는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때 국민들 모두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에서 숨져간 이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다짐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슬프고 허망하다.

코로나로 답답하게 마스크를 쓰고 살고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못한 지도 벌써 3년째다. 감염병 걱정으로 불안에 떨고, 물가 상승이나 주가폭락, 실업문제 등 경제적 위기뿐 아니라 이상 기후 재난과 같은 환경 문제까지, 돌이켜 보면 우리네 삶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삶이 위태롭고 절망적이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골든타임에 처해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당장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세상의 종말이 곧 닥칠지 모르는 골든타임인데 정작 우리는 모르고 사는 게 아닐까?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못하고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지 4분이나 3시간보다는 조금 더 골든타임이 주어진 것일 뿐인데, 그것을 모르고 무지몽매한 오만으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구와 인류가 생명을 잃지 않기 위해 놓쳐서는 안 되는 이 골든타임에 우리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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