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청주 금빛도서관 사서

 

[ 충청매일 ]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주는 슬픔을 견디지 못해 눈물로 세월을 보내거나 삶의 의미를 잃어 무너지기도 한다. 또 슬픔을 견디기 위해 미친 듯이 일에 몰두하거나 상실의 외로움을 잊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처음 이런 슬픔을 느꼈고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낸 기억이 난다. 저자 또한 형의 죽음이 가져온 충격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감을 느낀다. 

 이 책은 형의 죽음 후 잘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 생활을 시작한 저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예술작품, 관람객, 동료, 가족을 통해 아픔의 구멍을 담담히 메우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진솔하게 써 내려간 에세이이다. 막연하지만 담백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를 통해 그의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각자의 사연으로 도심에서 자연으로 들어간 사람들을 소개하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생각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사서가 미술관의 경비원과 큐레이터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지키는 경비원으로서 책을 이해하고 나만의 이용자 유형을 나눠 보기도 한다. 큐레이터로서 다양한 책을 전시하고 행사를 기획한다. 또한 직업 자체로서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을 통한 경험이나 깨달음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저자의 직업관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직업관이라고 생각해 저자와 나를 동일시 하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나는 미술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몬드리안의 이상하게 작품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선과 네모 그림 정도이다. 미술을 모르지만, 시간을 내어 미술관을 가곤 한다.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없지만 그냥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며 설명할 수 없는 좋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됐던 브뤼헐의 『곡물수확』이다. 병실에서아픈 형과 침대를 둘러싼 채 최선을 다해 사랑과 슬픔과 웃음이 가득한 소풍을 즐기는 상황이 브뤼헐의 『곡물수확』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형이 아픈 상황에 광활한 풍경을 배경으로 편안히 휴식을 즐기는 세상의 흔한 광경을 떠올렸다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이것 또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담담한 저자의 생각을 볼 수 있다.

  경비원을 그만두고 투어 가이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브링리는 퇴근 시간이 되자 중앙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예술작품, 사람, 가족을 통해 슬픔을 극복한 새로운 발걸음이 저자의 후련함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안타까운 비보가 들려오는 요즘 마지막으로 책의 구절을 이어 붙여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여러분을 위한 말로 마무리합니다. 애도의 끝을 애도해야 하는 날들이 온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힘들더라도 하나는 네 소원을 위해서, 다른 하나는 네 소원만큼 간절한 다른 누군가의 소원을 위해서 살아보자!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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