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 충청매일] 정부가 2006년부터 동결하였던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천명 증원한다는 정책에 반대하여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의료대란을 예고하였고, 25일부터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겠다고 한다. 이러한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논쟁의 핵심인 의대 입학정원 문제는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지속적인 추진을 천명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 조정에 대하여 의료계와의 타협을 거부하면서 의료계는 사직을 정부는 법에 따른 제재라는 벼랑 끝 전략을 추구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에 의해서 의대 입학 정원과 관련된 정책은 치킨게임처럼 전개되는 양상이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놀이에서 유래한 치킨게임은 두 명의 운전자가 정면 충돌하는 코스에서 자동차를 몰아서 먼저 충돌을 피하려고 핸들을 돌린 쪽이 지는 게임으로 먼저 피한 사람을 치킨(겁쟁이)로 불린 데에서 유래한다. 치킨 게임의 상황에서 충돌을 피한 측은 손해를 보고, 상대가 이득을 얻게 된다. 

 그러나 치킨게임에서 둘 다 피하지 않으면 충돌하여 둘 다 손해를 보고, 둘 다 핸들을 돌려서 피하면 둘 다 겁쟁이가 되어 손해를 보게 된다. 이에 치킨 게임을 모두가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에 의하여 종종 대립에서 치킨게임으로 위협을 하면서 경쟁을 억제하도록 하기도 한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이 전쟁에 개입할 경우 소련이 핵무기 사용으로 위협하는 것이나. 한미 군사훈련에 대응하여 김정은이 핵무기 사용을 공언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치킨 게임은 서로가 게임 체인저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발생한다. 지금 의사 집단은 보건의료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이익집단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고, 정부는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보건의료 정책은 권위주의 시절에는 의사 집단과 관료로 구성된 조합주의 논리로 지배하였고, 다원주의화된 오늘날의 보건의료환경에서 이익집단으로 의사단체가 회원 수, 재력, 응집력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단체로 의료정책을 지배하고 있다. 

  이에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장이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킨게임을 지속한다면 보건의료 소비자인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공급자인 정부와 의사협회 이외에 간호사, 의대 재학생 등 모든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지금의 치킨 게임식의 문제해결 방법을 중단하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의사 수를 늘리는 데 동의를 하지만, 현재와 같은 치킨게임 방법의 해법엔 부정적 시각이 많다. 이에 준공공재 성격의 보건의료 정책을 경쟁의 논리인 승-패(win-lose)가 아닌 승-승(win-win)의 논리로 해결하기 위해서 치킨 게임을 중단하고 수요자 차원에서 객관적인 증거와 민주적 정책체계의 타협과 조정에 의한 해결방법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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