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 충청매일 ] 청주 4곳의 총선 대진표가 확정되었다. 민주당은 4곳 모두 친명을 자처하는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다. 전 비서실장도, 3선의 장관 출신도, 현역의원도 변화의 바람은 막을 수 없었다. 흥덕의 경우 청주에서 전혀 활동 경험이 없는 사람이 서울에서 내려온 지 40일 만에 공천권을 거머쥘 정도의 이변이다. 국민의힘은 상당구 경선에서 이겼지만 최근 돈 봉투 사건이 불거져 탈락하고, 청원구 경선에서 패배한 사람을 상당구에 공천했다. 상당구 당원의 반발로 내홍을 겪고 있다. 

 청주는 여당의 서원구 한곳을 제외하고 여야 모두 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했다. 경선과정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여야의 싸움은 확성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전쟁으로 비유하면 대포와 미사일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선은 아군끼리 싸우는 내부 전쟁이다. 상대를 서로 잘 알고 지지 세력도 겹친다. 백병전처럼 유혈이 낭자한 현장을 볼 수밖에 없다. 감정의 상흔이 남아 승패가 결정되어도 원팀을 구성하기에는 녹록지 않다. 

 그렇다 보니 경선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부터, 탈당하는 사람도 있고, 억울함을 꾹 참고 선당후사의 모습을 보이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사람도 있다. 경선 전에 공천 가능성이 낮은 사람은 뜻 맞는 사람들과 창당을 하거나 신당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상대 당에 백기 투항하는 사람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김영주 국회부의장이다. 국회의원, 장관, 부의장까지 역임하고도 탈당 며칠 만에 당 색깔을 바꾸고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는 모습을 지역 유권자 아니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정치에서 중요한 것이 명분이다. 소탐대실하지 않고 명분을 쫓는 것이 정치다. 당선 가능성이 컸던 종로 출마를 마다하고 부산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노무현에게 붙여진 이름이 ‘바보 노무현’이었다. 당시 제주 공무원이 그 모습을 보고 그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3%의 지지율로 대선 후보가 되는 과정은 극적이었고 지금도 회자하고 있다. 선출직에서 패배의 아픔은 누구보다 크다. 4년이라는 시간은 길고, 그 안에 정치환경이 어떻게 바뀔 줄도 모른다. 인고의 시간이며 피 말리는 자신과 싸움이기에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산에서 낙선한 후 노무현 후보자는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있나?’라며 부산이라는 보수적 텃밭을 탓하지 않고 패배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다. 총선은 정권심판의 성격이 짙다. 역대 선거가 그랬다. 그 말은 본인의 당선은 개인이 노력보다도 선거 당시 당의 지지율 변이에 큰 영향을 받는다. 결국, 당의 힘으로 선택을 받는 것이다.

  선당후사를 외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먹던 우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행위를 잘했다고 할 사람은 없다. 총선은 시험대다. 밭을 일군 농부로서의 평가도 있고, 자신의 과거 발언과 부적절한 행위로 손에 들어온 공천권을 날리는 사람도 있다. 경선과정을 보면 여야를 떠나 민심은 냉혹하고, 현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도도한 민심의 흐름이 민주주의 진보와 역사 발전의 기초가 되리라 믿는다. 총선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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