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그만뒀습니다』 이후 두 번째 책 『자연스러움이 정의다』 출간
충청매일 등 기고 칼럼 모아....

오원근 충북시민재단이사장이 10여 년 동안 충청매일과 기타 잡지에 기고했던 칼럼을 모아 출간한 『자연스러움이 정의다』.
오원근 충북시민재단이사장.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검사로 일하고, 사직한 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농부가 되기를 꿈꾸는 오원근 충북시민재단이사장이 10여 년 동안 충청매일과 기타 잡지에 기고했던 칼럼을 모아 『자연스러움이 정의다』(고두미/ 1만 7천원)로 출간했다.

『검사 그만뒀습니다』(2011) 이후 두 번째인 이 책에는 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과 획일화로 치닫는 자본주의에 대한 경계, 생태농사에 대한 꿈이 담겨 있다. 책에서 저자의 생각을 관통하는 철학은 ‘자연스러움’으로 귀결되며, 그것이 곧 사회 정의의 길이자 개인 행복의 바탕임을 역설한다.

저자는 2009년 8월 돌연 10여 년 해온 검사일을 그만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문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써온 글은 곧 저자의 생각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의 주제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구성원들의 개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서로 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전제한다.

저자는 ‘시민사회 참여의 중요성’,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과 언론보도 행태’ 등의 글에서 모두가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실질은 독재와 억압인 경우가 많다고 밝힌다. 윤석열 정부도 법이라는 이름으로 세탁된 국가폭력으로 검찰 독재를 하고 있다며 그것이 가능한 것은 대다수 언론이 이른바 ‘기레기(기자 쓰레기)’로 공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현실을 돌아보고, 민주주의의 가치가 제대로 살아나게 하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2부는 ‘법’을 주제로 삼았다. ‘친일의 극복’, ‘사법살인과 법조인의 책임’ 등의 글에서는 법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법조인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법조인들은 오히려 기득권의 편에 서서 약자를 억누르고, 대단한 지혜나 판단력을 갖기라도 한 것처럼 오만한 행태를 보여 왔다고 밝힌다. 심지어는 독재정권의 사법살인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기도 했으며 검사가 ‘검찰 독재’의 전면에서 망나니가 되어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잘못된 현상을 되돌아보고, 법과 법조인이 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 본다.

3부는 ‘자본의 획일화’에 맞서는 이야기다. 저자는 ‘무심천 물억새와 음악 소음’, ‘주머니 속 손수건’ 등의 글에서 자본은 이윤을 극단적으로 추구하기 위해서라면 언론을 조작하거나 동원해 정권 만들기에 나서고, 뒷골목 구멍가게를 빼앗는 일도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자본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군중이 따라오게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획일화’라며, 획일화에 빠진 사람들은, 자본이 자신의 이윤추구를 위해 가는 방향으로 맹목적으로 휩쓸려 다닌다고 경계한다. 자본의 획일화에 맞서 싸우는 일은 ‘그 무엇과도 다르게’ 태어난 한 생명의 의무라고 단정한다.

4부는 ‘생태농사’ 이야기다. 저자는 ‘농부 되는 것의 어려움’, ‘생태뒷간 짓기’ 등의 글에서 자본이 공급하는 획일적인 먹거리에 맞서, 가능하면 생태농사로 스스로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기술한다.

저자는 아직 도시농부 수준이지만, 아파트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를 모두 밭으로 가져가 생태뒷간에서 나오는 똥, 오줌과 섞어 퇴비로 만들 정도로 나름 치열하게 생태농을 추구하고 있다. 생태농은 건강한 먹거리뿐만 아니라 주변의 변화를 미세하고도 구체적으로 살피며 보다 근원적인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5부는 ‘수행’을 다루었다. 저자는 ‘한 뼘 책 읽기의 위력’, ‘종살이로 뒤틀린 우리 삶’, ‘칼로 연필을 깎는 이유’ 등의 글에서 수행의 기본은 ‘살핌’이라고 여기며, 이런 ‘살핌’은 다리를 틀고 앉아서 하는 좌선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농사를 짓고, 밥하고, 법정에서 변론하고, 의뢰인과 만나고, 심지어는 연필을 깎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는 게 저자만의 수행방법인 셈이다.

오원근 충북시민재단이사장은 "인간사회는 가능한 한 자연스러워야 한다. 검찰 권력은 공정하게 행사돼야 하고, 권력의 집행 과정에서 잘못이 있다면 반성하고 책임을 지고, 언론은 잘못된 권력 행사를 엄하게 질타해야 하는 게 자연스럽다"며 "그래야만 사람들이 사회체제를 믿고 사회가 원만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같이 힘을 낼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검찰은 집권 세력을 위해 편파적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인재가 반복되는데도 반성하고 책임질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 억지를 걷어내고 자연스러워져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자연스러움이 곧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평생 소원이 농사와 수행이다. 검사 시절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다 돌아가시는 것을 목도하고 검사를 그만두었다. 바로 개업하지 않고, 3주간 변산공동체학교에 가 농사를 짓고, 문경 정토수련원에 100일간 출가해 행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

2015년 충북 보은에 작은 집을 짓고 200여 평으로 텃밭을 늘리고, 생태뒷간도 지었다. 금요일 저녁에 시골에 들어갔다 월요일 새벽에 나오는 반쪽 농부다.

『자연스러움이 정의다』 출간기념회가 오는 21일 청주시 상당구 청주시도시재생허브센터에서 열린다. 책 판매수익금은 저자가 몸담고 있는 충북시민재단에 기부돼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기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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