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충청매일 ] 제철에 생산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만큼 든든한 보약도 없다. 특정 계절에만 나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두루 갖춘 제철 음식은 별미를 넘어 보양식으로 불린다. 제법 매서운 추위에 칼바람이 부는 한 겨울에는 풍미와 영양이 가득한 매생이가 제격이다. 

 매생이는 식이섬유가 풍성한 반면 칼로리가 적어 활동량이 적은 겨울철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다량의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 미용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산지에서만 주로 소비되었고, 대도시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조선시대 때 전남 장흥군에서 나라에 올리는 진상품이었고, 자산어보에도 여러 기록이 남아 있어 잉여수산물은 아닌 것으로 짐작된다. 한 때는 김 품질이 나빠진다고 염산을 뿌려 없앤 적도 있다. 여담으로 만화 ‘식객’에서 매생이국을 다루는 에피소드인 ‘매생이의 계절’편이 소개되면서 매생이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순수한 우리말로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라는 뜻을 가진 매생이는 깨끗한 바다에서만 자라는 대표적인 해조류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적해역 장흥과 완도, 전남 남해안이 최적의 서식지이다. 우리나라 매생이 수확량의 약 70%가 이 곳에서 생산된다. 날씨가 추울수록 그 맛이 살아난다는 매생이 수확 시기는 매년 12월 중순부터 약 50일 정도만 가능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보관방법이 발달해서 사계절 언제라도 매생이를 먹을 수 있지만, 겨울에 채취해 바로 맛보는 매생이 요리가 최고다.

 깊은 맛에 비해 조리 방법과 재료가 간단한 매생이는 주로 굴을 넣고 국을 끓이거나, 매운 고추를 썰어 넣어 매생이 칼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그 밖에도 무침이나 죽으로 조리할 수도 있고, 떡국에 넣거나 부침개를 해먹어도 별미다. 최근에는 매생이 라면이나 퓨전 매생이 파스타 요리들도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 요리 전문가들은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거부감 해소를 위해 매생이 달걀말이를 권한다.

 전남 장흥군의 매생이는 우리나라에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된 유일한 제품이다. 장흥군에서는 김을 가공할 때 염산 및 유기산을 뿌리지 않는 ‘무산김’을 장려하면서, 바다에 염산이 없기 때문에 고급 매생이 생산이 가능했다. 장흥별미 구선에도 매생이탕이 있고, 장흥구품에도 매생이가 있는 이유다.

 매생이는 파래, 감태와 매우 유사해서 헷갈린다. 파래, 감태, 매생이 순으로 매생이가 가장 가늘다. 매생이는 1차 생산물로 바다에 있는 이물질이 혼입될 수 있다. 조리하기 전에 반드시 조심스럽게 세척을 해야된다.

 맛보다 더 유명한 것이 매생이의 영양소이다. 특히 철분은 우유의 40배, 칼슘은 5~6배가 많아 어린이 성장 발육기와 성인 골다공증 예방과 빈혈에 맞춤형 음식이다.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아스파라긴산은 콩나물의 3배 이상 함유하고 있어 숙취해소용 음식으로도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에는 우주 식량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영양소를 두루 두루 갖추고 있다.

입춘도 벌써 여러 날이 지나 봄이 오는 소리가 조금씩 조금씩 들린다. 2월이 다 가기 전에 따뜻한 수퍼푸드 매생이 국 한 그릇을 비우고, 새롭게 3월을 출발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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