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 충청매일 ] 생각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걱정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분법적 사회 현상을 이야기한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서울과 지방의 지역, 남과 여의 성별, 청년과 노인의 세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권력과 경제 등의 이분화된 갈등과 불평등을 이야기한다. 사회 양극화는 우리 사회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24년 세계경제포럼(WEF)은 글로벌 리스크 인식조사(GRPS)에서 세계를 위협하는 위기 요인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3위에 놓고 있다.

 사회체제이론에서 사회적 갈등과 불평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정치체제의 핵심 기능이다. 그러나 지금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권이 불평등을 해결하기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바쁘다. 연초에 교수신문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현상을 꼬집어서 2023년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을 택하고 있다. 견리망의는 장자의 말에서 연유한 것으로 직역하면 이익을 보면 도덕을 잊는다는 의미이다. 즉 가치보다는 눈앞에 제 이익만 좇는다는 것이다. 

 지금 나눈 것을 통합하고 조정해야 할 정치가 총선을 앞두고 견리망의하여 이분화되고, 나뉜 당내에서도 나누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가짜뉴스를 만들어 국민들의 이분화를 가속한다. 지금 우리 사회 어디를 보아도 이러한 현상을 꾸짖고 잘못되었다는 사람은 없다. 민주화 운동 시대에 김수환 추기경과 같이 사사로운 이익에 앞서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를 기대할 만한 사람이 없이, 사회의 원로란 사람까지도 정치의 떡고물이나 자리를 탐하는 아첨꾼이 되어 가고 있다.

 이분법적 사고에는 타협이 없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타협은 항복이고 패배만이 존재하게 된다. 타협하더라도 그것은 진정한 타협이 아닌 임시방편일 뿐이다. 총선을 앞둔 비례대표제도의 개혁이 그러하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와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말은 타협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타협은 피아노의 조율과 같아야 한다. 예술의 전당 전속 조율사이고 대한민국 피아노 조율 명장 1호인 이종열 조율사는 한 연예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이 60여 년 동안 종사한 피아노 조율을 한마디로 타협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명장은 "조율에서 도 음 하나를 결정하려면, 위쪽 4도한테도 물어보고, 5도한테도 물어보고, 옥타브한테도 물어봐야 합니다. 내가 여기에 서도 되는가? 물어보아서 모두가 다 오케이 하면 그 음이 그 자리에 서는 거다." 피아노 조율과 같은 타협은 피아노 거장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더라도 조율사에게 거절할 힘을 준다고 한다.

  종종 타협은 보수적이고 변화를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진정한 타협은 변화의 속도가 조금은 느릴지라도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이분법적 사고와 갈등은 사회를 더욱 불평등하게 하고 발전을 가로막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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