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 몰타 기사단 수도원서 5개월간 개최
‘모든 섬은 산이다’ 주제 1995년 한국관 개관 이후
역대 한국관 작가들 초기작~신작까지 총망라
한국관 설립 산파 고 백남준의 예술적 비전도 재조명

2018년 청주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에 마련된 강익중 작가전 ‘그리운 내 고향’ 전시습.
2023년 10월 순천만 국가정원에 설치된 통일 염원과 실향민의 아픔을 담은 작품 ‘아리랑’과 강익중 작가.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충북 청주 출신의 강익중(64) 설치미술 작가가 오는 4월 18일 개막하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립 30주년(2025)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에 실향민들이 직접 그린 드로잉 수백여 점으로 이뤄진 신작 ‘아리랑’(2024)으로 참여한다.

강익중 작가는 고향 청주를 떠나 미국 뉴욕 등 해외에서 주로 작업하다 보니 누구보다 실향의 아픔을 이해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수년 전부터 통일을 염원하며 실향민의 애환을 주제로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

강 작가는 2018년 청주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에 마련된 작가전 ‘그리운 내 고향’을 청주시 한국공예관에서 전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때의 작품 ‘그리운 내 고향’은 자신이 그린 달항아리 그림 350점과 실향민들이 그린 그림 6천 점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제비는 가고픈 강남을 찾아가건만 황해도 평산을 눈앞에 두고도 못 가는 그 마음, 그대는 알고 있는가"라는 애절함이 담긴 실향민의 기록도 담겨 있었다.

고향인 청주를 늘 그리워한다는 강 작가는 이때의 전시가 특히 뜻깊었다고 전한 바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이 파트별 전문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한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은 2024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와 동시에 개막해 5개월간 몰타 기사단 수도원의 중세 건축물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 수도원은 산마르코 광장 인근에 위치한 12세기 중세 건물로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기사단 본부로 쓰이다 최근에는 의료지원과 난민 구호활동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건물 한가운데로 회랑과 우물이 있는 중정과 더불어 3천㎡의 넓은 정원의 공간감이 일품인 수도원은 16세기 초 건물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특별전은 1995년 한국관 개관 이후 이를 통해 세계 무대에 소개된 한국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기획했다.

전시 제목 ‘모든 섬은 산이다’는 개별로 존재하는 섬들을 수면 아래에서 산맥처럼 이어주는 해저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섬과 산’으로 상징화된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이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을 상징하는 주제로 한국관 건립의 산파 역할을 한 고 백남준의 예술철학에 생태적 상상력을 더하여 고립된 개인과 분열된 사회를 연결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며 "강익중 작가 등 역대 한국관 작가 30여명(팀)의 개별 작업을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총망라한 전시와 차세대 예술인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적 순환과 국가주의를 넘어선 탈경계적 상상을 바탕으로 한국관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 작품은 총 80여점으로 몰타 기사단 수도원의 유서 깊은 중세 건축 공간의 내외부를 가로지르며 한국 동시대 미술 30년의 시간을 펼쳐 보인다.

특히 ‘아카이브 전시: 한국관 30년의 이야기’는 한국관 설립에 산파 역할을 했던 고 백남준의 예술적 비전과 함께 고 김석철과 프랑코 만쿠조(Franco Mancuso)의 건축 설계 및 준공 과정 등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는다.

정원에서 펼쳐지는 야외 전시에서는 생태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설치 작품과 휴식과 공유의 장소인 ‘투명한 파빌리온’을 설치한다.

야외 전시에는 강익중의 신작 ‘아리랑’(2024)을 비롯해 정서영의 신체와 사물, 식물이 하나의 포즈로 뒤엉킨 장면을 선언적으로 제시하는 ‘증거’(2014), 1995년 한국관 개관 당시 옹기 형태의 설치물과 대금연주 및 비구니 스님들의 퍼포먼스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곽훈의 ‘겁/소리-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1995)을 선보인다.

또 한국의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해양 쓰레기를 수집해 돌탑처럼 쌓아 만든 최정화의 ‘nATuReNuRture’(2023)는 전 지구적 생태계 위기에 대응하는 예술 실천과 연대의 시급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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