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매일]부모와 자녀 사이에 벌어지는 패륜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해치고, 부모가 자식과 함께 목숨을 끊는 등의 가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은 가정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우리 사회의 가족공동체 인식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족 구성원 간의 불화로 발생하는 존속범죄가 전국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족 간 협박은 2013년 147건에서 2022년 596건으로 4배 가까이 늘었고, 폭행은 2013년 976건에서 2022년 3천55건으로 급증했다. 충북지역에도 2022년 2건의 존속살해와 1건의 존속살해 미수, 11건의 존속상해, 34건의 존속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에도 청주에서 친딸을 흉기로 위협한 모친이 특수협박혐의로 긴급 체포됐고, 음성에서는 10대 아들이 모친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에는 울산에서 20대 딸이 60대 아버지를 야단을 친다는 이유로 살해해 구속기소됐다. 지난해 추석에는 청주에서 10대 아들이 40대 모친을, 2022년에는 50대 아들이 70대 부친을 말다툼 끝에 잔혹하게 살해했다.

가정 내 저질러지는 범행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평소 이런저런 이유로 억눌러왔던 분노가 폭발해 순간적으로 범행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사건 이후 당사자나 가족들은 엄청난 죄의식과 피해 후유증으로 평생을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른 가정의 일탈성 범죄로만 넘기기에는 사회적 손실이 막대하다.

가족범죄는 대부분은 금전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돈이 최고라는 황금만능주의를 배우며 자랐고, 해체된 가족은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물질주의, 핵가족화, 이혼율 증가 등은 가족 간의 대화단절은 물론 인성교육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존속범죄 예방에 지름길은 없다. 가정과 사회의 구성원 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공동체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외형적 성장을 겪으면서 부모와 자녀세대 사이에 인식차도 많이 벌어져 있다. 집에서는 가족 간에 사랑과 대화가 넘치는 건강한 가정을 만들고, 사회에서는 공동체 인식을 확산시켜 도덕성에 바탕을 둔 더불어 사는 세상임을 일깨워야 한다. 윤리의식 회복과 사회안전망 구축에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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