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의 선택과 새로운 언어 조합 돋보이는 참신한 동시 52편 수록
“온 누리에 가득 채워질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김주안 시인.
김주안 시인의 첫 동시집 『시간을 당겨 쓰는 일』.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충북작가회의에서 활동하는 김주안 시인이 첫 동시집 『시간을 당겨 쓰는 일』(도서출판 소야주니어/ 1만3천원)을 출간했다.

한국작가회의의 ‘내일을 여는 작가상’을 받으며 동시로 문단에 데뷔한 김주안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소재의 선택과 새로운 언어 조합이 돋보이는 참신한 동시 52편이 수록돼 있다.

쉽게 읽히면서도 반전이 있는 동시들은 어린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동시들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상상력이 담겨 있다.

시집은 전체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단감 씨앗’ 편에는 ‘얘들아 미안해’, ‘어디에 숨어서 왔을까’, ‘유기농 두더지’, ‘사전 모의’ 등의 작품이 담겨 있다. 2부 ‘흔들흔들’ 편에는 ‘속 파먹기’, ‘할머니가 보고 싶은 날’, ‘ 빨래 가족’, ‘떡잎부터 알지’, ‘9월 26일의 하늘’ 등의 작품이 실렸다.

3부 ‘하필이면’ 편에는 ‘랩하는 엄마’, ‘네비게이션’, ‘방 청소하다가’, ‘눈물’ 등의 작품이, 4부 ‘비오는 날’ 편에는 ‘봄비’, ‘갈팡질팡’, ‘시간을 당겨 쓰는 일’, ‘우산 쓰지 않은 소녀’ 등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시간을 당겨 쓰는 일』에는 시가 지나갔을 뿐인데, 재미있는 상상이 남고, 이야기가 머무르고, 또 다른 곳으로 향하는 시선이 남는다.

‘반을 잘라봤다 / 씨앗 속에 뭐가 있나 보려고 // 작지만 보인다 / 단감나무 한 그루’ (‘단감씨앗’ 전문)

위의 시처럼 단감을 먹고 남은 씨앗, 호기심에 반을 잘랐더니 그 속에 담겨 있는 작은 씨앗 알갱이. 동시는 거기에 머물지만, 씨앗의 모양이 그림으로 남고, 그 씨앗 하나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나무로 자라는 긴 시간의 여정이 이야기로 남는다.

동시가 자국으로 남긴 이야기는 매우 진하다. 뭐든 파릇하면 다 돈이 되는 모종 가게를 만난 후에 봄날의 주말농장을 떠올리게 되고(‘꽃다지’), 채소들이 사라진 밭에 ‘혹시?’라는 물음만 던졌을 뿐인데, 어딘가에 있는 두더지는 이미 전 세계 유일무이한 ‘유기농 두더지’로 태어난다. 껍데기뿐인 마늘을 만났더니, 매운 마늘 깐다고 거실에 펼쳐놓고 장난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마늘’).

김주안 시인은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고, 모래밭을 걸어가면 발자국이 남는다. 자국이나 흔적은 무언가가 지나가고 난 뒤에 새롭게 생성되는 세계이다. 일상의 흔적이나 자국으로 남아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다 보면, 동시집 읽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알게 해 주고 싶었다"며 "동시 한 편 읽는 마음이 온 누리를 밝게 한다는 동시의 날 슬로건 처럼, 온 누리에 가득 채워질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겨우내

따뜻한 비닐하우스에서 모종을 키운다



상추, 쑥갓, 고추, 오이

씨 뿌리고 물 주며

자식처럼 길러낸다



미리 봄을 당겨본다

-‘시간을 당겨쓰는 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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