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덕초등학교 교감

 

[ 충청매일 ] 집 근처 자동차 운전 전문 학원에는 늘 많은 이들이 방문한다. 업무적 필요나 개인적 편의를 위해서라면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건 꽤 중요한 능력이 된다. 처음으로 운전 연습을 하던 날, 운전석에서 보는 모든 것들이 낯설었다. 안전벨트를 매고, 페달 위치를 확인하고, 기어봉의 위치를 확인하고……. 알아야 하는 게 하나둘이 아니었다. 

 어느 날, 오르막길에서 잠시 멈췄다가 출발하는 요령을 배우는 중이었다. 

 ‘푸드드득…….’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자 당황스러웠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시동이 꺼지자 그동안 배웠던 페달 위치와 기어봉의 위치까지 다시 혼란스러워진 것이었다. 

 분명히 이전에 잘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당황스러운 상황이 되자 갑자기 모든 게 혼란스러워졌다. 배웠던 것을 기억하며 조작했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는 것인지 의심도 들었다. 

 당황한 나와 달리 강사는 내가 겪는 어려움을 예측하고 있었다. 누구나 그런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과 함께, 이런 경우 어떻게 시작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이후로도 나는 종종 시동을 꺼트렸지만 연습을 통해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읽기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분명히 잘 익혀서 확립되었다고 생각한 것들이 새롭게 학습된 것에 의해 갑자기 뒤죽박죽되어버린다. 관찰자가 보기에는 그동안 잘하던 아이가 갑자기 이상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제까지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낱말이나 문장에서 갑자기 어려움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집중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아이를 다그치거나 혼내기도 한다. 

 읽기를 배우는 과정이 단순히 조그만 지식을 더하는 문제라면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읽기는 운전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읽기 위해서는 독해와 해독, 유창성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하위요소들을 이해하고 숙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읽어가며 모르는 어휘를 유추하고 읽기 과정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며, 글 읽기 내내 읽기의 목적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 모든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잔잔한 연못에 작은 돌멩이를 던지면 한동안 물결이 일렁이듯, 찬찬히 읽기를 배우다가 어느 순간 새로운 학습이 돌멩이가 되어 읽기의 연못에 떨어질 때가 있다. 일렁이는 물결로 인해 아이는 그동안 잘해왔던 것마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교사는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음을 예측하고 아이가 집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떤 돌멩이가 이런 일들을 일으켰는지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파문 효과를 일으킨 원인을 찾아내고, 다시 돌아가서 배웠던 것들이 확인해야 한다. 

 혼동되는 대상을 함께 제시하지 말 것, 아이가 알고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것을 먼저 확립시킬 것, 큰 변별점을 먼저 배우도록 할 것. 

  교사는 시범을 보이며 아이와 함께 천천히 해보고, 아이가 혼자서 해볼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 아이가 혼자 잘 해낼 수 있다면 다시 어려움을 겪는 곳으로 돌아가 시도해 보아야 한다. 운전과 읽기는 여러 부분에서 비슷하지만, 읽기는 운전과 달리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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