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본질에 천착해 묵직하나 소박한 사회성 짙은 시 60편 실려
척박한 현실을 초월해 새로운 생성의 현실로 변화 추구

이선 시인.
이선 시인의 시집 『목련 바라밀』.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충북 음성 출신의 이 선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목련 바라밀』(실천문학 시집선/ 1만원)을 출간했다.

이 시집은 4부로 구성돼 각 부당 15편씩 삶의 본질에 천착하며 묵직하나 소박한 사회성 짙은 시 총 60편이 실려 있다.

시집 『목련 바라밀』은 존재의 가치를 실세계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를 하나의 고원으로 인식하며 유랑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탁마하는 데 있다.

여기서 시인은 ‘빈티 나서 평화롭고/ 빈티 나서 자유로운’(‘골목길 연가’) 사유를 가지고 ‘낯선 발길을 내딛’으며 사물과 세계에 대한 본질을 발견하게 한다. 그렇지만 여행을 하면서도 아무것도 보지 못한 자와 세상 속에서 자신만을 바라보는 자는 세계의 보편적인 사유를 탑재하지 못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때 아무것도 보지 못한 자는 세계를 동일한 세계 안에서 사유하는 자이며, 자신만을 바라보는 자는 자신의 세계에 맞춰서 외부의 세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자를 의미한다. 이러한 타자들은 새로운 세계의 생산자로서 ‘언어의 특임’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여행이 끝난 지점에서 인식하는 시인으로부터 생성된 언어는 실세계 위에서 본질을 떠받치고 있기에 유통되는 시적 사유가 출몰하게 된다. 이른바 세계에서 체험한 ‘서로 데면데면’한 것도, ‘매일같이 만나 맨숭맨숭’(‘북광장에 가면’)한 것도, 시인에게 와서는 이야기가 되고 시가 된다.

이 같은 시인은 세상을 관찰한 결과에서 무엇인가를 체험하는 자로서 체험한 것을 자기 속에 가지고 살아간다. 나아가 그것을 지속적으로 지니고 기록하는 자만이 진정한 삶의 ‘생산적 여행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노마디즘으로 통하는 시인은 자신이 관찰한 것을 체험하고 동화한 뒤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것을 행위와 작품 속에서 기필코 되살려 나가는 것이다.

시인이 향하는 시선은 누구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를 들면 ‘해후 역 1번 출구 시커멓게 잠든 남자’를 들 수 있다. 무심코 지나쳐버린 순간 또는 기억이지만 그것이 소환되면서 ‘어느 생이었나, 내 사랑이었던 것 같아’라고 노숙자와 동화된 상상력을 펼쳐낸다.

표제시 ‘목련 바라밀’은 ‘목련’과 ‘바라밀’의 합성어로서 시인이 조직한 조어다. 목련 이미지와 바라밀의 불교적 가르침이 만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면서 시인의 메시지를 조망해 볼 수 있다. 목련은 봄을 알리는 순백의 전령사로 통하는데,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진실과 거짓 속에서 ‘당신과 나의 바라밀다 까마득’한 꽃이 피어나고 있다. 마치 ‘하늘에는 꽃이 피고’ 있지만 ‘땅에는 꽃이 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통해 하늘과 땅 사이에서 모순을 찾게 한다.

시집 『목련 바라밀』을 통해 독자들은 시인이 정체 없이 이동하는 존재로서 유목적인 사유를 가진 ‘노마디즘 시인’이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시인의 시편에서 의미하는 노마디즘은 시공간적인 이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척박한 현실을 초월해 새로운 생성의 현실로 변화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 선 시인은 충북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99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에 『밤 두 시 십 분쯤』이 있고, 2020년 제26회 지용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 인천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늘에는 맑은 성좌

땅에는 널브러진 피고름 역사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당신과 나의 바라밀다 까마득히

하늘에는 꽃이 피고

땅에는 꽃이 지고

-‘목련 바라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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