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 문학도서부문상, 금전상 연도백만대상 수상작
“빼어난 이야기 구조가 귀기 어린 세계와 만나 기묘한 충돌을 일으키는 작품”

천쓰홍의 걸작 『귀신들의 땅』 출간.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타이완의 젊은 거장 천쓰홍의 장편소설 『귀신들의 땅』(민음사/ 1만 8천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됐다.

한 일가족을 중심으로 타이완의 아픈 현대사를 담아낸 걸작 『귀신들의 땅』은 타이완에서 가장 큰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 문학도서부문상’과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으며, 12개 언어로 출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타이완 중부의 외딴 시골 마을 용징(永靖). 이제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조용한 이 마을에 한 남자가 귀향한다. 독일에서 동성 애인을 죽이고 교도소에서 형을 산 뒤에 귀국한 천씨 집안의 일곱째이자 막내아들 톈홍이다. 아홉 식구를 먹여 살리는 데 평생을 바친 조용한 성격의 아버지.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지만 괄괄한 성격에 입심이 드세고, 타이완의 온갖 미신과 제례 풍습에 밝은 어머니. 그리고 오직 아들을 보기 위해 태어난 다섯 명의 딸과 드디어 그 아래로 태어난 형. 이들이 톈홍의 가족인 천씨 집안 사람들이다.

1980년대 온갖 미신이 살아 숨 쉬던 용징에 개발 붐이 불면서, 낡은 삼합원 가옥에 살던 천씨 집안은 새로 지은 타운 하우스에 입주한다. 오래된 숲을 밀어버리고 지은 타운 하우스 근처에는 일본군에게 강간당해 죽은 여자 귀신이 남자를 홀린다는 대나무숲이 있고, 짐승이 죽으면 내다 버리는 썩어가는 개천이 있고, 온갖 신과 귀신을 모시는 묘당과 양타오 과일향이 가득한 과수원이 있다. 어린 톈홍과 다섯 누나는 고도의 경제 성장을 누리기 시작한 타이완의 발전상과는 별개로 힘들고 고단한 나날을 보내며 이곳에서 성장한다.

톈훙이 독일에서 애인인 T를 죽인 뒤에 용징으로 돌아온 시기는 중원절이다. 귀문(鬼門)이 열려서 온갖 귀신들이 출몰하는 이 무더운 계절. 옛집인 타운 하우스에는 이제 큰누나 수메이만이 남아 있다. 톈훙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둘째와 셋째 누나도 이곳을 찾아오기로 한다. 하지만 이 집엔 또 다른 손님들도 있다. 소설 속에서 내레이션을 통해 등장하는 두 명의 귀신이다. 과연 이들은 누구인가. 죽은 자와 산 자가 한데 모이는 중원절 제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황인찬 시인은 추천서에서 "강렬한 개성을 지닌 이 소설은 그야말로 귀신 들린 듯한 엄청난 흡입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며 "현재와 과거를 오가고, 수많은 등장인물의 내면을 통과하며 퍼즐을 맞춰가듯 전개되는 빼어난 이야기 구조가 귀기 어린 세계와 만나 기묘한 충돌을 일으키는데, 이는 오직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방식이자, 이 소설이 가진 뛰어난 미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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