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 충청매일 ] 지난 칼럼에 대화의 녹음과 관련한 증거능력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과연 범죄를 밝히기 위한 목적에서 대화의 녹음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의 문제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간단히 범죄를 밝히기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대화를 타인의 허락 없이 녹음하는 것까지는 허용가능하나, 타인의 대화를 허락 없이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어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이러한 증거능력에 대한 대법원의 새로운 판결이 나왔기에 살펴보려 합니다. 아동학대 범죄와 관련하여 몰래 녹음한 내용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을지입니다. 즉 통상 자신의 아이가 학대 피해를 당한다고 의심될 경우 은밀히 이루어지는 언어적 학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 등을 숨겨놓고 녹음하여 학대의 증거를 잡는 경우가 있는데, 과연 이 녹음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보통 그러한 언어적 학대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통상 아이들은 스스로 녹음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방식이 불가피하고, 아동학대라는 범죄를 명확히 확인하는 목적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견해가 있었습니다. 반면에 그러한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이는 타인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이고 원칙에 따라 그 증거능력이 부인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쟁점으로는 과연 그러한 녹음을 타인간의 대화로 볼 것인가와 아동학대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적어도 그러한 경우 증거능력의 예외로 인정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만약 비록 부모가 녹음기를 몰래 켜두었더라도 이를 아이 자신의 대화로 볼 경우 자신의 대화는 타인의 허락이 없어도 되기에 그 자체로 증거능력을 인정함에 무리가 없고, 타인의 대화라도 실체적 진신발견을 우선하는 증거능력 인정의 예외를 적용한다면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 원심과 항소심은 이를 자신의 대화가 아닌 타인간의 대화라고 인정하면서도 비록 타인의 동의 없이 녹음되었다 하더라도 아동학대의 특수성과 그 실체적 진실 발견의 목적에서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이와 교사 사이의 대화가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는데, 그 타인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이상 이는 불법적인 증거의 취득에 해당하고, 그 불법적인 증거에 해당하는 이상 아동학대 범죄라는 이유만으로 예외를 둘 수는 없다는 입장에서 그 증거능력을 부인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이러한 판례에 따른다면 앞으로 부모가 몰래 녹음기 등을 아이의 가방에 설치하여 녹음한 내용은 어떤 사건에서든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리라 보입니다.

  사실 이에 대해서 약간 의문을 품으시는 독자들도 있으실 것으로 보이고 충분히 타당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1심 또한 그 몰래 녹음의 불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예외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의 동향은 이러한 예외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대법원은 최근 급증하는 녹음 가능한 방법에 비추어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몰래 녹음의 폐해가 막대할 위험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질적 의문이 들 수는 있겠으나 앞으로도 좀 더 엄격한 태도를 대법원이 견지할 것으로 보이는 점을 눈여겨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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