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서원고등학교 교사

 
김승호 청주 서원고등학교 교사.

[충청매일] 2016년 10월 개봉한 미국의 코미디 영화 ‘이웃집 스파이’는 한적한 교외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부부에게 화려하고 고상한 새 이웃인 존스 가족이 이사를 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들 커플은 너무나도 멋진 존스 부부에게 질투를 느끼며 따라잡거나 흠을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알고보니 존스 부부가 정부의 비밀요원이었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Keeping up with Joneses’, 존스네 따라잡기이다. 1913년 미국의 한 신문에 연재되던 ‘존스네’라는 만화에서 유래되었다. 28년간 전국의 많은 신문에 신디케이트로 연재되었는데 워낙 인기를 끌다보니 1920년 경부터 존스네 따라잡기라는 말도 유행하게 되었다. 친구나 이웃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는 생활을 하거나 그러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것을 말한다.

영화 속에서도 평범하게 만족하며 살던 부부가 존스네 가족이 이사 오면서 느끼는 질투와 허세 등이 나타난다.

그런데 왜 내 행복은 이사 온 옆집에 흔들리는 것일까?

데이비드 흄은 <인성론>이라는 책에서 "질투심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커다란 불균형이 아니라 오히려 근접 상태다."라고 말한다.

큰 격차가 있더라도 닿지 못할 사람에 대해서는 질투를 느끼지 않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질투를 한다는 얘기다. 평범한 삼류 작가도 뛰어난 작가를 질투하기보다는 내 옆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삼류 작가를 질투한다. 그래서 흄에 의하면, "철학자를 질투하거나 다른 시대, 다른 국가의 작가를 질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도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지 않나. 오늘도 차곡차곡 땅을 사고 있을 부자들에게 내 배는 반응하지 않지만, 사돈이 땅을 샀다는 소리에는 바로 질투심이 생긴다. 엄마 친구 아들, 일명 엄친아도 같은 원리다. 왜 엄마 친구에게는 항상 잘난 아들이 있는걸까? 그것은 엄마 친구가 정말로 엄청나고 대단한 아들을 두어서가 아니다. 그저 그 아들이 엄마 옆에 있는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이웃이나 친구들의 재산이나 소비수준에 비추어 자신을 평가하려는 경향을 경제학에서는 이웃효과(Neighbor Effect)라고 한다. 과거 2006년 통계를 보면 월 소득 500만원대인 소득계층 중 26.6%가 자신을 하위계층이라고 답했는데, 월 소득 400만원대인 계층에서는 5.1%만이 하위계층이라고 답했다. 100만원 미만 소득계층에서는 61%가 스스로를 중산계층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절대적인 기준보단 주변 사람에 의해 상대적으로 매겨지는 근거라고 말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비교는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를 심화하는 것이 SNS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부를 과시하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존재라고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SNS에서 보이는 내 친구의 과시는 부러움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내 동료가 명품백을 사는 것이, 연예인이 갖고 있는 명품 컬렉션보다 부러운 셈이다.

부러움을 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만의 특색을 찾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만족을 위해서 때로는 남과의 비교도 필요한 법이니까.

어느 작가는 행복의 조건을 "나만 행복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남이 불행해야 한다"고 까지 말한다. 그러나 장기하의 노래처럼 자랑과 부러움은 공생관계다.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나 자신의 특색을 찾고 내 길에 믿음을 가지면, 남들의 자랑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다. 수능이 며칠 남지 않았다. 여태 잘 걸어오던 학생들도 옆 사람에게 부러움을 느낄 시기다. 자신을 믿어라. 너는 틀리지 않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