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 한국전력 충북본부 전략경영부장

김원형 한전충북본부 전략경영부장.

 

[ 충청매일 충청매일 ] 사기업이나 가계라면 경제활동을 결산했을 때 흑자가 나야 좋다. 하지만 정부재정이 이익을 내려고 운영하는게 아닌 것처럼 공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재정의 경우 적당한 재정수입을 확보해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사용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적정하게 수지가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기업 한전도 기업의 정상적인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익만 거둘 수 있으면 된다. 사기업처럼 흑자를 낸 경우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보상하는 것도 아니다.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통해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한전의 사명(使命)을 지속가능하게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익은 보장이 돼야 한다.

경기가 침체됐을 때는 세금을 적게 걷어 재정적자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세금을 적게 걷으면 민간 부문에서는 세 부담이 줄어든 만큼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고 이를 통한 소비증가로 경기가 호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기요금도 세금의 역할을 보조하고 있다. 값싼 전기요금을 통해 가계의 실질소득 증대와 기업의 원가경쟁력 제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한전의 적자는 일정부분 국민들의 이익으로 귀결된다. 적자금액 만큼 싸게 전기를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전기를 사용하는 국민들에게 그 만큼의 이익을 가져다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전의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면 적정한 적자가 국민에게는 이익이 되는 만큼 감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 큰 국민경제의 부담으로 다가오기 전에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 적어도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맞추는 수준만이라도 전기요금의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

원자재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부 공공요금 정책과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착한 적자’를 감수한 공기업에게 경영평가에서 재무점수 비중을 높여 낙제점을 준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통제해 발생한 적자를 한전의 부실경영 탓으로 지우고 있어 한전 구성원들의 사기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저하돼 있다. 현재 한전의 심각한 경영위기는 국제 연료가격과 환율의 폭등 등 원가 상승요인을 요금에 적기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전 부채는 올해 상반기 기준 201조원으로 국가 예산의 30%에 달하고 있으며, 전기요금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전력산업 생태계의 부실화는 심각해지고, 미래세대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전은 서민 경제 부담을 고려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요금인상 폭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한전은 고강도 자구노력 및 구성원들의 고통분담을 통해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한전이 하루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애정어린 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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