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춘화 충북도 세정담당관 주무관

최춘화 충북도 세정담당관 주무관.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공무원이라면 매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이 있다. 청렴, 이해충돌방지, 폭력예방, 안보, 통일 등등……. 그 중 성희롱 예방교육을 듣다가 과거와 현재의 양성평등 의식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했던 1990년대는 성희롱이 심심찮게 일어났었고, 성희롱관련 말과 행동을 문제 삼으면 장난이라는 말이 되돌아오곤 했다. 또한, 사무실에서 차를 타는 일은 당연히 여직원이 하는 것으로 알았고, 그 외에도 책상을 닦거나 휴지통을 비우는 일도 여직원들의 몫이었다. 그 당시 드라마에서도 성희롱에 해당하는 말과 행동들이 곳곳에 담겨 있었지만 누구도 그런 대사나 장면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었다.

요즘은 예전보다 성희롱 사례가 많이 줄었고, 가정과 사회에서 양성평등에 대한 의식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듯하다.

가정에서의 변화의 예로 우리 가족은 명절 때 음식을 함께 준비하고 먼저 식사를 마친 사람이 설거지를 한다. 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젊은 부부는 아이가 셋인데 남편이 육아휴직을 내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사무실에서의 변화를 보면 손님이 왔을 때 차를 내거나 휴지통을 비우는 일을 할 때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한다. 또한 비서실 직원이 부재중일 때에는 여직원들이 돌아가면서 근무를 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성별에 관계없이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43개 지자체 여성 공무원 수는 14만 2천509명으로 전체 49.4%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는 50%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 조직 내 여성비율을 높이기 위해 평가지표를 만들어 관리했던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러나 고위직 공무원의 여성비율은 아직 좀 낮은 상태이다. 여성가족부는 2027년까지 공공부문의 고위직·관리직의 여성 비율을 30%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양성평등에 대한 의식이 많이 개선되었을까 ?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이 ‘여성발전’에서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으로 전환되면서 1995년 제정되었던 ‘여성발전기본법’이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부개정 된 것을 보면 이즈음부터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 어떻게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양성평등기본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국가기관, 기초자치단체 등 공무원들과 직장 내 의무교육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중 약 80%가 상하관계에서 발생하며, 직장인 여성 10명중 1명이 직장상사의 일방적 구애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행하는 성차별 및 성희롱 행위를 방지하고, 우리의 일상에 고착된 성인지 감수성을 개선하기 위한 양성평등 교육은 계속되어야 한다.

교육의 필요성에는 의문이 여지가 없으나 의무교육이라서 매년 반복되는 내용을 억지로 듣기보다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교육은 개개인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개인의 변화가 조직을 변화시키며, 이러한 작은 변화가 모이면 우리나라 전체의 인식이 변화될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당연한 것인데 법조항까지 만들어 가며 교육을 했었다’라며 웃으며 얘기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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