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정 충주시 생태건강도시과장
[충청매일] 인류의 역사 상 지금만큼 숲을 그리워하는 시대는 없을 것이다.
딱히 시골에 대한 유별난 추억도 없는 내가 세월이 갈수록 푸른 산세를 바라보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보면, ‘사람은 흙을 밟고 살아야 한다’는 옛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듯 싶다.
한편으론 그리워하고 간절한 만큼이나 오늘날 우리의 삶은 흙과 나무, 꽃냄새에서 멀어져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할 때도 많다.
몇 년 사이 ‘정원’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걸 보면, 초록빛을 향한 그리움은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다. 충주시가 야심차게 ‘국가정원’을 추진하는 근간도 결국 이러한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목마름을 채워주려는 데에 있다.
충주는 대통령 정책과제에 ‘충주국가정원 조성’을 포함시키고 도심생태건강도시의 비전 제시, 미래비전추진단 출범 등 탄탄한 기반 마련에 공을 들여왔다.
탄금공원에서 탄금대와 용섬, 국립박물관까지 연결하는 국가정원 후보지는 개성 넘치는 아름다움과 국공유지가 대부분이라 사업 추진 시 기간 단축, 비용 절감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비록 경제여건 악화와 지자체 간 경쟁 과열 우려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한 끝에 정부예산에 반영되진 못했지만, 중부권 최초의 국가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도 우리는 힘찬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드는 정원도시를 목표로 ‘생활 속 실외정원’, ‘충주시청 실내정원’, ‘농업기술센터 스마트가든’, ‘시민정원사 양성’, ‘사회적약자 가드닝 치유 프로그램’, ‘읍면동 한평정원 조성’, ‘대한민국 정원산업 박람회 유치 준비’ 등 다양한 사업도 꾸준히 발굴·진행 중이다.
최근 우리나라 최초 국가정원인 순천만에서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적이 있다. 과연 국가정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꾸며진 면면은 실로 장관이란 말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두 눈에 순천만의 풍경을 담으면 담을수록, 마음속에는 충주의 풍경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조용히 흐르며 보는 이의 마음을 위로하는 달래강, 산책 나온 가족들의 웃음소리로 늘 즐거운 충주천, 시민들과 만나길 준비하고 있는 시민의 숲 야현정원, 동식물의 안식처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비내섬까지 곳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이 다채롭고 소중하다는 것을, 뜻밖의 장소에서 감탄하며 깨달았다.
지금까지의 충주시는 다녀가 본 사람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소문이 도는 ‘비밀의 화원’이었다.
앞으로는 ‘모두의 정원’으로서 시민의 자부심이자 역사의 자랑거리로 남겨질 정원도시를 만드는 것이 생태건강도시과의 목표다. 그 끝에 탄금국가정원으로 대표되는 전국 최고의 정원도시가 펼쳐질 거라는 희망을 시민들과 함께 실현하는데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다.